지난 이야기
송편빚기에 대한 추억^^*
리즈hk
2009. 10. 1. 10:11
이렇게 둘러 앉아 송편을 빚어본 게 언제인지..? 음,, 음,, 아마도 결혼하고 첫 해 추석이었던 것 같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나 보다.. 그러니까.. 86년 추석인가 보다.. (블로그 덕분에 생각나는 게 많아졌다.) 막내 며느리인 나는 언제나 큰 일 보다는 작은 일이 주로 주어졌었다. 콩나물 발을 딴다거나.. 전을 뒤집는다거나.. 이리 저리를 정돈한다거나.. 나온 그릇들을 씻는다거나.. .. .. .. .. 그런데 송편을 빚었다. 나는 정성껏.. 아주 맘을 다해서 빚었다. 키가 큰 내가 빚은(사실 내가 이 집안에선 제일로 작다 / 172 )송편은 내가봐도 만두처럼 생겼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추석을 쇠러 오신 숙모님이.. ` 이게 송편이가~ 만두지~?` 하신다. 노래진 막내며느리를 다독거리기 위해서.. 상황 수습을 위해서.. 울 어머니께서 한 말씀 하셨다. ` 크고 먹을 것 많아 좋구마는~???` 하셨다.. 암튼 이 기막힌(쪽팔림) 일이 있고 난 그 후론~ 지금까지 송편을 빚지 않았다. 아니 빚을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편한 백성이 된걸까~? 타향살이에 송편 빚을 엄두도 나지 않았을 뿐더러.. 어떻게 빚어야 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막내 며느리는.. 때론 이렇게 막막함을 줄 때도 있다.. 할 줄 아는 것이 참으로 없는 막내며느리인데.. 나이만 들어가고.. 이제는 배우기 보다는 배움을 나누어 주어야 할 나이가 되어감에도.. 모든 방면에서 부족한 자신임을 솔직히 고백해 봅니다. 할 줄 아는 것 보다는,, 할 줄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이 나이엔 할 줄 아는 게 더 많아야 된다고 생각됨) 나 자신이 답답하게 느껴짐은 물론이거니와.. 아울러 이런 나를 이제야 돌아보게 됩니다. 이러한 반성(자아비판?) 역시 블로그를 통한 것이니.. 이 블로그를 어찌 효자라고 아니 할 수 있겠는가~? 식구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면서 얻는 지혜가 얼마나 많은가~? 어른들의 살아오면서 터득한 삶의 지혜나 여유를.. 노하우를 나는 접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늘 갈증을 느끼면서 살아왔다. 비슷한 나이 또래들과 어울리다 보니.. 그 정도의 사고와.. 그 정도의 삶의 지혜를 가지고.. 이곳의 실정에 맞게.. 그렇게 아옹다옹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러한 삶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 그렇게 잘 살아가고 있을뿐이다. 이왕하는 반성.. 자아비판시간이므로 끝까지 가 볼까~? 결혼생활 2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특별히 잘하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막상 대답할 말이 없다. 막막할 뿐이다. 그렇게 지냈다. 어쩜 참으로 편하게 지내왔는지 모른다. 세상의 며느리들이 하는 수고와 노고를 겪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행복한 투정..` 하지 말라고 하면 더 미안해질 것 같다. 그래도.. 그래도... 이 말만은 꼭 하고 싶다. 식구들과 뚝~~~~~~~~ 떨어져 우리식구만의 생활이란 것이.. 꼭 좋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과..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더 많다는 걸 꼭 말해 주고 싶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늦지 않은 때라고 말하지 않던가~? 그래서 이 반성이 아무런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 같다^^* 2005.9.17 ... 송편 사건이 갑자기 떠올라서,, 글을 올렸던 기억이 나서 이리 저리 구석구석 찾아보니 이렇게 있다. 글을 읽으며 피식~ 웃음이 났다. 그 이후로 정말로 송편을 빚는 일은 해 보지 않았지만... 누군가 다 준비해 두고 만들어보자고 하면 만들어 보고는 싶다. 또 누가 만두라고 할 망정~~ 추석이 다가오니 또 생각에 꼬리를 문다. 내일 아침 일찍 서둘러야 될텐데.. 아직 가방도 챙기지 않고,, 조오기 잠시 나갔다와야 하는데.. 미적거리고 있다. 어서 할 일 하자~ 추억은 나중에 곱씹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