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야기
늑대 / 도종환
리즈hk
2012. 1. 29. 00:40
늑대 너는 왜 길들여지지 않는 것일까 편안한 먹이를 찾아 먹이를 주는 사람들 찾아 많은 늑대가 개의 무리 속으로 떠나가는데 너는 왜 아직 산골짝 바위틈을 떠나지 않는 것일까 너는 왜 불타는 눈빛을 버리지 않는 것일까 번개가 어두운 밤하늘을 가리며 달려가던 날카로운 빛으로 맹수들을 쏘아보며 들짐승의 살 물어뜯으며 너는 왜 아직도 그 눈빛 버리지 않는 것일까 너는 왜 바람을 피하지 않는 것일까 여름날의 천둥과 비바람 한겨울 삭풍 피할 안식처가 사람의 마을에는 집집마다 마련되어 있는데 왜 바람 부는 들판을 떠나지 않는 것일까 오늘은 사람들 사이에서 늑대를 본다 인사동 지나다 충무로 지나다 늑대를 본다 늑대의 눈빛을 하고 바람부는 도시의 변두리를 홀로 어슬렁거리는 늑대를 본다 그 무엇에도 길들여지지 않는 외로운 정신들을 - 도 종 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