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야기

다시 홀로서며

리즈hk 2009. 2. 13. 21:38
다시 홀로서며 1 마른 들풀 서걱이는 바람 소리만 홀로 허허로운 추억의 강가에 서서 잠시 쉬어가는 철새 떼들의 모래 속에 묻어야 할 기억들 이젠 떠나야 하리, 홀로서기 위해 쓰러져도 다시 서 있는 미류나무. 사랑의 상처는 사랑으로 치유할 수 없다는 걸, 모든 것은 마음에서 시작되고 마음 속으로 끝난다는 걸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2 가야 한다면 가고 아직 고통스럽다면 오래 방황해야 한다. 저 바람 지나는 들풀처럼 온 몸으로 맞으며 흔들리고 흔들리면서도, 그 들판의 삶을 사랑하는 그런 삶을 살아야지. 사랑한다는 말로 확인할 수 있는 건 없다. 3 이젠 떠나자. 전생의 끈으로 이루어오던 사랑도 다 나무 밑을 지나는 바람인 것을 가슴 속에 살아있는 어느 유목민의 사랑 흔적조차 별빛 아래에서 빛나는 먼 전설이다. 그냥 기다림으로 계속되는 사랑을 찾아 헤메다 깨어진 자신의 삶을 그래도 살아야 하고 이제 사랑은 내 속에서 찾아야 한다. 내 삶에서 진실을 보여야 하고 그리고 사랑하여야 한다. 먼 훗날 또하나의 전설을 위해. 4 하늘 푸른 들녘에 그대 홀로 서서 나에게 손을 내민다. 쓰러진 내 모습이 가련해서라면 나는 그 손을 잡을 수 없다. 그대 아직도 나를 위한 촛불을 꺼뜨리지 않았다면 나는 그대의 손을 잡고 기꺼이 그대의 밤을 밝히는 촛불이 되어 타리다. 5 사랑의 상처를 또다른 사랑으로 치유해선 안된다. 고통은 밤 하늘 개울음처럼 자꾸만 서로를 불러내올 뿐 아픔은 결국 내 속에서 고쳐야 한다. 절망하며 사랑으로 난 문을 닫아도 가슴속 깊은 불씨는 아직 꺼지지 않았다. 6 먼 훗날 사랑으로 하여 내 몸이 깨어질지라도 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모두를 나는 바칠 수 있다. 아침은 언제나 춥고 긴 어둠 뒤에 오는 것. 사랑을 위해 바칠 수 있는 목숨이 있는 한 나는 아직도 행복하다. -서정윤- 쇼팽의 `녹턴`과 바하의 `실리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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