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사 온 시집을 넘기다가 종잇날에 손가락을 베었다.
살짝 스친 것도 상처가 되어..
물기가 스밀 때마다 쓰리고 아프다.
가끔은..
저 종잇날 같이 얇은 生에도 마음 베이는 날
그 하루, 온통 붉은 빗물이 흐른다.
종잇날이 스치고 지나간 흔적처럼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것은 모두 상처다.
나와의 만남도 상처며..
나와의 헤어짐도 상처다.
무딘 날에 손 베인 적 있던가
무덤덤함에 마음 다친 적 있던가
얇은 것은 상처를 품는다
스친다는 것은 상처를 심는 거다.
- 박선희 / 스친다는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