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남는 이야기

어쩌면 그게 여행

리즈hk 2010. 8. 15. 20:18
어쩌면 그게 여행 밤새도록 잠들지 못하고 뒤척이다 새벽녘에 꾼 꿈에 놀라 일어나 왠지 모르게 슬픈 기분이 밀려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무슨 요일인지 중요하지 않은 당신의 게으른 어느 일요일, 모처럼 활짝 열어놓은 창문으로 불어 들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문득 행복하다고 느낀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며칠동안 익숙했던 길이 오늘따라 낯설어 보여 지도를 확인하게 되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도 모른다. 당신 옆에 잠들어 있는 누군가를 보며 포근함을 느낀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도 모른다. 고민해서 산 기념품들을 들여다보며 A에게 줄까, B에게 줄까, C에게 줄까 고민하며 행복해하는 마음이 어쩌면 여행인지 모른다. 서랍을 정리하다 영수증 뭉치에 가려진 여권을 찾았을 때의 설렘,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문득 통장의 잔고를 떠올리다가 동시에 '그건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 라는 생각이 든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집에 두고 온 선인장이 지금쯤 어떻게 되지는 않았을지 조금 걱정이 된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혼자 지내는 여유가 너무 싫지만 그래도 여유의 끝을 생각하는 게 싫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낯선 사람들의 시선을 낯설지 않게 받아들이는 것, 그 시선으로부터 오히려 자유로울 수 있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딴 생각을 하다가 내려야 할 역을 지나쳐 다시 돌아오는 열차에 몸을 실으며 한번 웃게 된다면, 어쩌면 그게 더 여행다운 여행인지 모른다. 밤하늘에 떠 있는 별과 달을 보며 고향에서 본 적이 있는 별과 달을 떠올리게 된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길을 걷다 마주친 그 사람이 마음에 들어 뒤돌아 봤을때, 거기에 아무도 없어 아쉽고 서늘한 마음이 든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항공사 마일리지 적립 때문에 연회비를 내면서까지 그 카드를 사용하는 고집,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아침에 일어나 치약이 떨어졌다는 걸 알고 물로만 입을 헹구면서 '저녁에 들어오면서 치약을 사야지' 라는 마음이 들면,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한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어쩌면 여행인지 모른다. 붉게 물든 서쪽하늘로 날아가는 비행기를 오랫동안 바라보며 눈가가 촉촉해지는 것, 어쩌면 그게 여행인지 모른다. 만약 이 글을 읽고 동감한다면, 당신은 아주 오래 전부터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김동영 / 너도 떠나보면 나를 알게될꺼야 중에서- 대체적으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내용이다. 나는 결국 여행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맞다. 낯선 이곳에서 사는 자체가 여행이라지.. 내리는 비를 맞으며 한 사람을 만나고 돌아와,,, 엄마와 둘이서 오붓하게 배 두드리며 저녁을 먹고,, 오랫만에 편히 쉬고 있는 중~ 내일을 위해서 말이다. 얼마만에 만끽하는 여유로움인가~? 행복하다. 음악에 귀 기울이는 것도,, 둘러보고 책을 주문하는 일도,,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 자체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