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야기

늑대 / 도종환

리즈hk 2012. 1. 29. 00:40
늑대 너는 왜 길들여지지 않는 것일까 편안한 먹이를 찾아 먹이를 주는 사람들 찾아 많은 늑대가 개의 무리 속으로 떠나가는데 너는 왜 아직 산골짝 바위틈을 떠나지 않는 것일까 너는 왜 불타는 눈빛을 버리지 않는 것일까 번개가 어두운 밤하늘을 가리며 달려가던 날카로운 빛으로 맹수들을 쏘아보며 들짐승의 살 물어뜯으며 너는 왜 아직도 그 눈빛 버리지 않는 것일까 너는 왜 바람을 피하지 않는 것일까 여름날의 천둥과 비바람 한겨울 삭풍 피할 안식처가 사람의 마을에는 집집마다 마련되어 있는데 왜 바람 부는 들판을 떠나지 않는 것일까 오늘은 사람들 사이에서 늑대를 본다 인사동 지나다 충무로 지나다 늑대를 본다 늑대의 눈빛을 하고 바람부는 도시의 변두리를 홀로 어슬렁거리는 늑대를 본다 그 무엇에도 길들여지지 않는 외로운 정신들을 - 도 종 환 - 지혜로운 할아버지가 손자를 무릎에 앉혀놓고 말합니다. "얘야, 사람 안에는 늑대 두 마리가 살고 있단다. 한 마리는 악한 놈이야. 그놈은 화를 잘 내고 늘 싸우기를 좋아하고 용서할 줄 모른단다. 다른 한 늑대는 착한 놈이지. 이 착한 늑대는 매우 친절하고 사랑스럽단다. 이 두 마리의 늑대가 네 안에도 있단다." 깜짝 놀란 손자가 한참을 생각하더니 할아버지께 묻습니다. "할아버지, 그럼 내 안에 있는 늑대 두 마리가 싸우면 어떤 늑대가 이기죠?" 할아버지는 빙그레 웃으며 말합니다. "그야 네가 먹이를 주는 놈이지." .. 나는 지금 누구에게 먹이를 주고 있는 것일까? 가끔은 악한 늑대에게도 먹이를 주고 있어 화들짝 놀란다. 나도 이런 악한 기운이 있었나? 하고 말이다. 상대적이다. 상대적일 수 밖에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가능하면 착한 늑대에게만 먹이를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