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야기

꽃과 호수 그리고 얼굴

리즈hk 2006. 4. 2. 11:57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호수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푹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정지용

 

 

 

 

 

 

 

 

얼굴 / 박인환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기를 꽂고 산들 무얼 하나 
꽃이 내가 아니듯 내가 꽃이 될 수 없는 지금
물빛 몸매를 감은
한 마리 외로운 학으로 산들 무얼 하나

사랑하기 이전부터 
기다림을 배워버린 습성으로 인해
온밤 내 비가 내리고
이젠 내 얼굴에도 강물이 흐른다

가슴에 돌단을 쌓고 손 흔들던 기억보단
간절한 것은 보고 싶다는 단 한 마디

먼지 나는 골목을 돌아서다가 
언뜻 만나서 스쳐간 바람처럼 
쉽게 헤어져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신기루의 이야기도 아니고
하늘을 돌아 떨어진 별의 이야기도 아니고
우리 모두 잊혀진 얼굴들처럼
모르고 살아가는 남이 되기 싫은 까닭이다

 

 

 

 

 



 

 

무척이나 좋아했던..

무척이나 많은 글 속에다 인용하며 썼던 시들이다.

 

잊혀지고 싶지 않다고 하였건만..

정작 내가 잊어 버리고 살았었다.

 

뭐가 그리 만들었는지~?

 

하나 하나 찾아 보고 싶다.

하나 하나 찾아 올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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