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이야기

박변님의 홍콩 여행기

리즈hk 2009. 3. 8. 21:49

누님 덕분에 아주 행복한 3월 18일을 보냈습니다.

Peak의 맥도날드에 앉아 저녁때쯤 전화를 들여 누님 덕분에 얻은 행운의 대하여 말씀 드리려고 하였더니,

피정중이신지 제대로 이야기도 못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사실, 잘 알지도 못하는(?) 누님에게 전화를 드려 미사를 드리고 간다고 하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누님,누님이라고 부를 정도로 친해졌다고 믿고 무모하게 결행한 것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 냐고요?
지금 그것을 말씀드리려고요.

혼자 여행을 해보면, 무작정 돌아다니는 것보다 목적이 있으면 훨씬 마음이 편해요.

아침에 일어나 어디가볼까 막연한 것보다는 오늘 경희누나네 미사를 보고, 같이 점심을 먹고, 그 다음에는 뭘할까...

정도로 목적이 있으면 훨씬 힘이 생겨요.

그래서 그날은 아침에 일어나 뭔가 해야할 일이 있어 좀더 타이트하게 하루를 설계했던 것같아요.

이날 아침은 지하철이 아닌 버스를 이용했습니다.

누님이 말한 上環의 cosco tower를 가는 방법을 말이지요.

런던처럼 2층 버스가 있어 탔더니, 만감이 교차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자식들은 잔돈을 거슬러주지 않더라고요.

그 2층 버스 제일 앞자리에 앉으니,

예전에 혼자 런던에 남아 배회하다가 숙소로 이런 2층버스를 타고 가던 때가 생각나더라고요.

런던의 west end에서 the city를 거쳐 dockland 쪽으로 가는 길은

그 당시 가족을 서울로 보내고 혼자 남아 있어서 그런지 서럽게 아름다웠었는데....

그때가 생각나더라고요.

지나고 나서 생각하니, 긴 인생길도 그렇지만,

하루 하루도 시작할때 어떻게 진행될지,

그 끝이 어떠할지 아무도 모르는 것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종교를 가지고, 그것으로 그 신비함을 묘사하고 그러는 것같아요.

저에게도 그런 신비함이 함께한 하루였어요.

어찌 2층 버스로 north point쪽에서 the central쪽으로 가면서 제가 신부님과 함께 걸어서 홍콩의 산을 등산하고,

피크를 걸어오를줄 알기나 했겠어요!

누님이랑 10시 15분에 만나기로 했으니, 그 동안 상환 근처를 많이 배회했어요.

홍콩은 배회하기에 좋은 도시더라고요.

 

10시 10분경 코스코 타워 옆 광장에 도착하니,

필리핀의 아마(일종의 파출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그곳에 진을 치기 시작하더라고요.

주말에 집에 있지 못하고, 밖에서 배회하는 방법이겠지요.
저도 그들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이런 것을 보면, 저의 성격에는 메조키즘적인 성격이 있는 것 같아요. 자기 비하같은...)

짧은 시간동안이나마 현의 노래를 읽었습니다.

누나를 만나고,

잘 생긴 둘째 아들 최성욱(고대에 다니는 첫째가 성집이죠?)이도 보고, 미사를 보았지요.

참 오랜만에 보는 미사였어요.

대학교때 명동성당에서 예비자 교리를 받으면서 미사를 몇번 봤었고,

같은 친구 결혼식에 참석하여 미사를 본 것이 전부였는데.....

처음에는 교회에 비하여 성당의 그 형식미가 싫기도 하였는데,

그날은 그 형식미가 나름의 다른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듯 사람은 변하나봐요.

성당은 설교보다 강독이 주인데,

그날 이것도 나름의 다른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부님 강론보다는 그날 복음을 들으면서 받은 느낌이 더 좋은 날이었어요.

돌아온 탕자에 대한 부분이었는데, 제 이야기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좋은 강론이란 모든 사람들이 자기 이야기라고 느끼는 것이라는 생각의 토를 달았지만...

점심을 먹고, 구치소에 다녀온 후 다시 누님에게 편지를 씁니다.

18일 홍콩여행은 누님과의 만남이 가장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기에

누님에게 편지를 쓰는 형식으로 기행문을 쓰고 있는 것입니다.

미사를 마치시고 신부님이 등산을 간다는 이야기를 했을때 저기 따라가야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침에 호텔을 나올때 홍콩 안내 팜플렛을 잠시 봤는데 홍콩의 trail코스가 많다는 내용을 보면서,

관광안내소에 가서 한장 얻어야지 했었는데, 그것과 연관이 되었습니다.

누님과 성욱이랑 같이한 딤섬 점심과 한잔의 커피는 아주 좋았습니다.

부산의 경희누이를 만날때, 정재화 선배님이 끼어 즐거움이 배가된 것처럼

누님과의 만남에 고2짜리 성욱이가 포함된 것은 또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역시 엄마랑 아들은 보기에 좋았습니다.

나중에 서울에 있는 성집이랑도 한번 뵈어요.

누님 오시기 전에 성집이를 볼 기회가 있어도 좋고요.

그놈이 또 고대 후배아닙니까!!

누님이 피정 때문에 저랑 못놀아 주셔서인지 "혹시 등산 따라갈래요" 물어 주시고,

신자도 아닌데 신부님에게 소개시켜 주셔서 여러 신자들과 함께 참 좋은 등산을 하였습니다.

이종규 사장님은 특히 전혀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 저에게 말을 시켜 주시고,

시종 잘해주셨어요. 신부님과 다른 형제,

자매님들도 등산길이 즐거웠었고,

그분들 모습을 보면서 우리가 중심인 하느님을 보고 신앙을 하라고 하지만,

같이 수행을 하는 형제, 자매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제가 처음 교회를 나갔던 것도,

하느님의 말씀의 은혜가 아니라

친한 친구들이 다 천당가는데 나는 지옥가면 어쩌지 하는 소박한 마음이었던 것을 생각하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그 홍콩이란 복잡한 도시에 그렇게 조용한 산길이 있다는 것이 놀라운 것이었습니다.

그러지않아도 요즘 등산을 즐기고,

이번 여행에도 아내가 새롭게 사준 봄등산복 바지를 입고 여행을 떠난 저에게는 이 모든 것이 예정되고,

준비되어 있었다는 "삶의 묘미와 기미", 이런 것을 신자들은 하느님의 여정이라고도 표현하는 것이지요,

라고 확대해석을 해보았습니다.

신부님과 신자들은 매주 등산을 하는 모양입니다.

그날은 정상으로 조금 오르다가 옆으로 산을 타서

저 멀리 공동묘지가 보이는 곳에서 내려가는 산책코스였습니다.

저는 그 코스만으로는 조금은 아쉽고,

저녁때 특별한 계획도 없고, 오직 피크에 올라봐야지 하는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그분들과 헤어져 다시 갔던 길을 돌아 정상 도전을 하였습니다.

산길 자체는 수락산 보다도 못한 것이었지만,

이국적인 곳에서,

특히 그것도 전혀 등산을 예상하지 못한 홍콩에서 즐기는 등산은 감동이었습니다.

중간에서 경찰들을 만났는데,

말을 시켜 기념사진을 한장 찍기도 하였습니다.

10여년전에 미국에 갔을때에도 경찰과 한장 기념사진을 찍은 적이 있었는데.....

정상에 오르니, 거의 5시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성당을 출발한 것이 2시였고, 오후는 등산으로 보낸 홍콩여행이었습니다.

전망대에 오르니, 홍콩의 절경이 한눈에 펼쳐졌습니다.

식당과 바도 좋고....

혼자 여행할때 아쉬운 것은 저런 곳을 보면,

가족들이 생각나고,

같이 여행을 왔더라면 저 멋진 식당에서 즐길텐데.... 하는 아쉬움입니다.

결국 그래서 혼자 맥도날드에 앉아 저녁을 먹으면서 누님에게 감사전화를 드렸었는데,

피정 중이시라서 간단히 인사만 드렸습니다.

몸이 피곤하여 잠시 졸기도 하고,

책도 읽고 하다가 야경이 시작될쯤에 내려왔습니다.

트램을 타고 내려오려고 했더니,

기다리는 사람이 많아 버스를 타고 내려왔습니다.

결국 이번 여행에는 피크는 올랐는데 트램의 신세없이 오르고 내려왔습니다.

내려와서 이곳이 어디인가 하고 보니, causeway bay였습니다.

원래는 아침에 보아둔 international finance center building의 cinema에 가서

9시 30분에 상영하는 the queen을 보려고 했는데,

이곳에 있는 극장에서 한니발 라이징을 하기에 이것을 보는 것으로 18일의 문화체험을 마무리했습니다.

피곤한 몸으로 호텔로 돌아오면서,

참 나에게 어울리는 즐거운 하루였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다 누님으로 인하여 마련된 선물(?)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한국에 오시면,

이제 제가 신세를 갚기 위하여 저에게 충분한 시간좀 주십시오.

이렇게 신세를 지고, 갚으면서 시간이 흘러갈 수 있는 사귐이란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면서 누님에 대한 편지글을 마칩니다.

 

 

2007-3-20

 

 

박변호사님이 홍콩을 다녀가고 나서 쓴 글을

본인의 의사에 관계없이 가져왔다.

박변님~ 괜찮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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