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시간이란 하루나 일 주일,
혹은 한 달을 단위로 하여 한 묶음씩 멈추지 않고 흘러간다.
나는 여전히 내가 원하는 단조로움 속에서 그런대로 잘 지내고 있다.
만날 수 없어 불안한 애인이나
이루지 못할까봐 조바심나는 희망따위의,
나를 약하게 만드는 것들을 처음부터 포기했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나는 타인이 내 삶에 개입되는 것 못지않게
내가 타인의 삶에 개입되는 것을 번거롭게 여겨왔다.
타인을 이해한다는 것은 결국
그에게 편견을 품게 되었다는 뜻일 터인데
나로서는 내게 편견을 품고 있는 사람의 기대에 따른다는 것이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할 일이란
그가 나와 어떻게 다른지를 되도록 빨리 알고 받아들이는 일뿐이다.
은희경 / 타인에게 말 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