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남는 이야기

좋은 이별 / 김형경

리즈hk 2010. 1. 10. 10:07
우리는 평생동안 끊임없이 누군가를 만나고 관계를 맺으면서 살아가지요. 역으로 보면 삶은 이별과 상실의 연속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만남과 사랑에 대해 그토록 열정을 다해 이야기를 쏟아내는 반면에 상실과 이별에 대해서는 우울하고 꺼림칙하다며 별로 섣불리 이야기하려 하지 않죠. 사랑을 시작할 때는 사소한 것 하나까지 다 꺼내놓던 사람들도 이별 앞에서는 입을 닫아버리고 눈물도 한숨도 꾹 참아버리고 이별의 감정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것처럼. 저자는 이들에게 충분한 애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애도란 이별 이후에 슬픔과 상실의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표현하는 일.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이 과정은 너무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후속 과정일거라 생각하지만 아뇨. 우리는 어떤가요. 고통스러운 상실에 대해서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일수록 우리가 택하는 방법은 감각을 마비시키는 일. 오히려 슬픔의 감정을 느끼지 못하기도 합니다. “나는 이별을 잘 견뎌냈어. 너무 많이 슬퍼하지 않았고 무너지지않으면서 잘 버텼어”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하는 이에게 나중에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잘 되지 않으며 삶이 견딜수없이 느껴지는 일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떠난 이의 흔적을 정리하지 않고 그대로 두면서 죽음을 부정하고 이별을 부인하는 마음에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될 때까지 상실을 미루고자 하는 의도가 들어있기도 하죠. 떠난 연인의 등 뒤에서 보복하거나 복수를 결심하기도 하고 떠난 사람을 평가절하하거나 비하하며 분노를 표출하기도 합니다. 상대의 가치를 훼손해야만 그를 잃은 아픈 마음을 달랠 수 있으니까요. 상대로부터 마음을 거두어오긴 했지만 모든 관심을 대신할 사물이나 사람에 대한 집착이 다시 이어지기도 하고 두문불출하며 자기 안으로 숨어드는 자폐증상아나 자기 파괴적 욕구까지,, 슬픔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참으로 다양하죠. 괜찮습니다. 이 모든 감정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요. 다만 이 감정들이 나를 지나갈 때 알아차리시면 됩니다. 내가 화가 나있구나. 분노하고 있구나. 내 마음이 부인하고 있구나. 맘껏 슬퍼하지 못하고 있구나집착하고 있구나.… 내 감정의 추이를 지켜보는 일, 할 수 있다면 글과 언어로, 시와 노래로, 나의 마음을 표현하는 일. 이것을 저자는 애도일지라고 일컫습니다. 하지만 표현할 수 없다면 이미 표현되어진 타인의 감정, 노래, 시에 함께 눈물을 흘려보는 일을 저자는 권합니다. 죄책감에 빠지거나 자신을 몰아부치지 않도록 자신에게 관대해지는 것도 중요합니다.. 충분히 슬퍼하지 않았을 때 이후에 심리적인 문제가 나타날 수 있고 정신분석학적 치료 역시 상처 입은 곳으로 돌아가 그때 충분히 슬퍼하며 울지 못한 울음을 다시 우는 작업부터 시작합니다. 죽음이나 이별을 슬퍼하는 행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상처받은 나를 떠나보내는 과정이죠. 옛 영광에 집착하는 자기, 분노에 붙잡힌 자기도 충분히 슬퍼한 후에 떠나보냅니다. 애도작업을 잘 이행하면, 자신을 잘 알아보게 되고 우리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대상이 없어도 잘 해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한결 강해집니다. 떠나간 대상으로부터 나는 분리하는 과정에서 겪은 고통과 슬픔까지도 내 일부로 간직해 새로운 자기 정체성을 형성하게 되죠..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과 함께 단계마다 내려주는 저자의 처방전도 이별의 후유증을 앓고있는 이들에게 도움을 줍니다. 뒤늦게라도 잘 슬퍼하고 떠나보내야 할 이별의 대상은 부모,형제,연인만이 아니라서 사랑하는 사람의 자리에 들어선 어떤 것.. 정체성의 일부인 직장, 직위, 명예 등을 잃었을 때, 젊고 아름다웠던 과거의 자기를 떠나보내야 할 때, 부자라는 사실을 정체성의 일부로 여기는 이들이라면 돈을 잃었을 때도 생의 한 시기에 온 힘을 다해 몰두했던 꿈, 목표, 이데올로기 등을 잃었을 때, 연극배우들이 혼신을 다한 공연을 끝냈을 때, 고시공부에 몰두한 이들이 시험에 합격하거나 불합격했을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전하고 친근한 환경을 떠나는 이사, 전학, 이민도 심각한 상실의 문제를 떠안기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은 만남과 이별의 연속이니 새로운 한해에도 이별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을까요. 새해엔 떠나보내는 슬픔을 잘 소화하시길 빕니다. 지난해 아직 떠나보내지 못했던 이별과는 꼭 좋은 작별을 하시길 빕니다. 슬픔의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슬픔도 잘 흘려보내시기를.... 좋은 이별 /김형경 Dancing Waves - Ernesto Cortazar 감정의 굴곡을 느끼며 보낸 지난 여러 달들이 꾸역꾸역 올라온다. 어제는 저랬는데,,, 오늘은 이랬으면,,, 내일은 제발 이러기를,,, 스스로에게 묻고 답하는 식의 하루하루가 모여 벌써 일년이란 세월이 되어간다. 나는 잘 이별을 한 것일까? 그 모든 것들과.. 정겹고 추억어린 일들과 장소들과 사람들과 말이다. 마음의 상처없이 잘 이별하는 중일까? 모를일이다. 내 마음도 헤아리지 못하면서,, 오지랍 넓게 뭔~~? 난 지금 내 앞의 모든 일들이 버겁기만 하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도,, 골깊은 자리에 앉아 살아내는 일도,,, 마음을 비우는 일도,, 채우는 일에도 게으르다. 나를 가라앉히는 일에 매달리고 있는 모습이 그저 안스럽다. 이러지 말자고 한 일은 해야하는 일로 둔갑을 하고,, 이래야 하는 일은 언제 할 지 모를 일로 구석에 처박아 놓기가 일쑤다. 거꾸로 살고 있다. 이렇게 내가 말이다. 언제 이렇게 되어버린 것일까? 언제부터 이렇게 대책없는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된 것인가? 딱히 할 일이 없다는 것은 마음이 갉아먹히게 되는 일이란 것을 예전엔 몰랐었다. 숨이 턱~ 막히게 되는 일에도,, 나의 존재마저 부정해야 하는 일에도,, 속수무책이다. 어쩌다가.. 어쩌다가.. 말이다. 가만히 초를 켰다. 흔들거리는 커다란 물체가 내 맘 가득 들어온다. 그동안 돌보지 않아 조금 변한 모습으로,,,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었다.. 23년간이나 말이다. 지난 일년간 쓰다듬지도,, 말도 걸지도 않았다는 것을 어제 그 앞에 앉아서야 깨닫는다. 그리고 오늘 또 모른 척한다. 언제 내가 그랬냐고 하면서 말이다. 해야할 이별이 있다면 서두르자~ 해야할 이별이 있다면 과감하자~ 해야할 이별이 있다면 좋은 이별을 할 수 있도록 하자~ 내내 울어던 그 시간을 고마워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김형경의 글을 읽으면서 말이다. 그러니 당신 앞에서 울어보자. 떼쓰며 울었던 지난 밤처럼 말이다. 오늘 밤도,, 내일밤도 그렇게 울다보면 나도 모르게 지쳐가겠지~ 그러면 어느샌가 나를 돌아볼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 한다. 멈추자~ 머무르자~~ 나아감을 그만두자~~ 내가 현재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이런 것들 뿐이지만,,, 머물수 있게 멈춰보자~~ 비공개로 남겼다가.. 오늘(월) 전체로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