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미움 고리를 이루며
살아가면서 우리는 보통 세 부류의 사람들을 알고 지낸다고 한다
첫째는 친근감을 느끼는 사람들인데
그들은 나에게서 다섯걸음 쯤 떨어져 있다.
서로 넘어져도 다치지 않을 만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어서
서로의 실수에 대해서도 관대하다
둘째는 사랑하는 사람들인데
그들은 나에게서 한 걸음쯤 떨어져 있다
서로의 자유를 존중하기 위해 약간의 거리를 유지하지만
내가 넘어질 때 함께 넘어질 수도 있다.
사랑하는사람은 나때문에
자신도 다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넘어질 때 기꺼이 내게 손을 내민다.
아니, 함께 넘어지고 서로 부축해 함께 일어난다.
세째는 나를 미워하는 이들인데,
그들은 나와 등을 맞대고 밀착되어 있다
숨소리 하나까지 나의 움직임에 민감하여
여차하면 나를 밀어버리기 위해 꼭 붙어있다.
언제나 내 실수를 기다리고 있다가 교묘히 이용하고
넘어지는 나를 보고 손뼉치거나
더 많이 다치는 쪽으로 밀치기도 한다
지금 나는 내가 아는 사람들과
어느정도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을까.
이 험한 세상을 살면서
한 걸음 사이에 두고 있는 사람들보다는
너 죽고 나 살기로 밀치고 밀리면서
나와 서로 등 맞대고 서있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이 세상에 나 같은 사람들이 마음을 바꾸어,
너무 멀리 서있다면 조금 더 앞으로
등 맞대고 서 있으면 조금 뒤로,
함께 넘어지고 일어나며
운명을 같이하는 한 걸음의 거리를 유지한다면 ,
이 세상에 저런 몹쓸 전쟁따위는 없을 텐데....
- '이 아침 축복처럼 꽃비가'에서 장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