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야기

옹졸함^^*

리즈hk 2007. 4. 2. 01:14

어제(3/31)~

피정 중에,,

중간 쉬는 시간이 20분이나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말이 없다가 세시간 피정 중에

한 시간 남짓을 남겨 놓은 상태에서 한장의 쪽지를 받았습니다.

 

 

XXX 엘리사벳씨 (홍보분과장님)

 

사진 몇 장만 찍어서

열린 마당에 올려 주실래요?

 

- X 크리스티나 -

 

 

지극히 정상적인 쪽지였습니다.

아무런 문제점이 없는 것 같은 쪽지지만..

`홍보분과장님`이란 요 대목에서 콱 막혔습니다.

언짢아졌습니다.

 

`할 일 제대로 안하는 너에게 이런 쪽지를 보낸다.`

 

심각하게 말하면 이런 느낌을 받았더랬습니다.

 

좁은 경당 안에서 사람들이 빽빽히 앉아 있는 상태에서..

맨 앞자리에 앉은 리즈가 부시럭 거리며 일어나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머리가 쭈삣거리는 상황이 됩니다.

제가 키가 좀 큽니까? 하하하

 

잠시 머리속이 하얗게 질리더군요~

잠시 생각에 도리질을 치고..

그 쪽지를 무시했습니다. (요거이 1차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 10분간 고민을 하면서 신부님의 말씀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러면 나만 손해인데..

하고 마음을 다 잡고 피정에 임했습니다.

 

`피정`이란 조용한 곳으로 물러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가지는 것인데..

본인들은 우아하게 피정을 하시고~

홍보부장이니까 사진을 찍으라고 한다는 그 발상이 우습기 그지없습니다.

 

물론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건 알지만,,

생각할수록 그런 생각이 드는 겁니다.

 

생각이니 자유로울 수 있지않습니까?

 

사순피정을 맡은 부서는 `전신자 분과`입니다.

그 쪽지를 전한 사람이 분과장 와이프였기에..

제가 발끈했는지도 모릅니다.

이곳 저곳에서 그러 저러한 일들로 나선다는 얘기를 들어서였는지도 모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제가 옹졸하다고 하실지 모릅니다만..

그러려니 하십시오.

그리고 만일 그런 생각이 드신다면 여기서 skip하십시오.

 

물론 사전에 미리 그런 부탁을 했다면 맨 뒷자리에라도 앉아 그 일을 수행할 수도 있었겠지요~

그런데 솔직히 그러고 싶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강의를 들어야 할 때는 들어야 합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신부님의 말씀 들으며 생각하며 때론 열심히 받아 적고 있는데..

뒤에서 넘어온 쪽지를 전해주기 위해 제 어깨를 툭툭 쳤습니다.

내 어깨를 친 그분에게도 잠시 짜증이 났습니다.

그런데 그분이 누군지도 모릅니다.

기억이 안난다는 소리입니다.

돌아보지도 않고 받았으니까요~

  

솔직히 전 그 쪽지가 불쾌했습니다.

 

 

그렇지만 돌릴 수 없는 일이고,, 전 쪽지를 받았습니다.

 

`겸손과 희생과 사랑`이 주제였던 피정을 받으며

짜증을 낸다는 게 우스워 애써 마음을 접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솔직히 희생정신을 발휘하지 못한 것 같아 신부님께 죄송했습니다.

 

 

그런데...

오늘(4/1)주님 수난 성지 주일 미사를 끝내고..

월남 국수집에서 점심을 먹고 나오는데,,

그 자매와 마주쳤습니다.

인사만 하고 지나쳐 오는 뒷통수에다 대고이렇게 말합니다.

 

"어제 사진 못 찍었어요~?" 합니다.(요거이 2차전입니다.)

 

???

 

그 쪽지를 전한 사람이기에

리즈가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사실을 명백히 알 수 있는 상태였는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묻고 있습니다.

 

덧붙여 하는말~

 

"좀 찍어주시지~" 합니다.

 

그제서야 제가 발끈하며 말했습니다.

 

"맨 앞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피정 중에 사진을 찍으라는 것은 좀 그랬지 않냐?"고 했더니..

 

"홍보분과장님이니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냐?"고 합니다.

 

이건 또 무슨 황당 발언~??

 

그래서.. 내친 김에 말이 나오고 말았습니다.

이건 안해도 될 말이었는데 말입니다.

 

"지금까지 홍보분과장이 사진을 찍어 열린 마당에 올린 적이 있었느냐?"고 반문했습니다.

 

그리고 덧붙여서..

"피정하는 모습의 사진을 찍어 올리고 싶으시다면,,

담당 부서장의 몫이 아니냐?"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지난 번 `십자가의 길` 에서도 사진을 찍어서 올리길래~ 자매님이 그러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분명 물귀신 작전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을 했습니다.

 

"'십자가의 길 기도` 때에는

기도 시작 전에 미리 부탁을 받고 찍은 것이고~

한 개인으로 찍은 것이지 홍보분과장의 직분으로 사진을 찍지는 않았다"고 했습니다.

 

..

..

 

그러고는 일행이 기다리기에 돌아섰습니다.

 

 

그냥 아무말도 안하고 넘어가면..

이런 장황 설명을 남길 이유도 없는데...

절 이렇게 옹졸하게 만드네요~

 

2차전이라고 한 것이 일어나고 나서..

두 어 시간이 지나고 난 다음에 전화가 왔습니다.(이거이 3차전 시작이지요?)

 

 

"자매님~ 아까 화가 많이 나신 것 같은데..." 하면서 시작합니다.

 

결국 자신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는데,, 하면서 장황 설명을 합니다.

더 이상 대꾸하고픈 맘도, 힘도 없습니다.

아들과의 즐거운 시간이 망쳐질까봐 염려가 되었습니다.

 

결국 그 자매님은~

리즈를 아까보다 더 옹졸한 ㄴ ㅕ ㄴ으로 만들어 버리더군요~

헐~

 

네네..

그런 건 아니지요~

간단 명료하게 답을 하다가..

 

"전화줘서 고맙다"는 말로 전화를 끊었습니다.

 

 

아들과의 즐겁던 시간을 깨지 않기 위해 애써 참았습니다.

 

사순시기를 보내고 주님수난 성지 주일을 보내고

성주간을 맞이하면서,,

이런 식으로 대응할 수 밖에 없었던 제게 화가 났습니다.

그런 리즈에게 속이 상했습니다.

 

 

아~

언제쯤 모든 것에 초연해질지?

 

아~

언제쯤 대범하게 모든 것을 받아 안을 수 있을지?

 

아~

언제쯤 사소함을 큰 짐으로 여기지 않을 수 있을지~?

 

..

 

..

 

..

 

 

 

 

이 밤 이렇게 주절거려 봅니다.

비 맞았나 봅니다.

 

 

 

 

 

 

 누구를 비난 하겠다는 의도는 없습니다.

나를 잡겠다?는 의도는 더욱 아닙니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으로..

나의 태도나 행동을 생각하기 위해 주절거렸음을 밝히는 바입니다.

그러니 적당히 봐 넘겨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기록해 둘 의미가 더 크다는 사실만 알아주기 바랍니다.

 

 

 

행동과 말의 절제,,

나아가 글의 절제가 정말 필요한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