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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있는 것……
가만히 있기로 하자……
그래,
가만히…… 고요하게…… 가만히…… .
나무들에서 꽃이 피어날 때,
혹은 이파리가 돋을 때 그것들은 소리내지 않는다.
들꽃 하나도 자신의 꽃을 피우기 전에는 소리내지 않는다.
들꽃이 꽃을 피운다고,
나무가 겨울을 이겨내며 힘들었다고,
지난 겨울은 너무 추웠다고 말을 하지는 않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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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너는 고요 속에서 기다리는 일……
마음을 비우고, 마음을 맡기고,
생이 너에게 충분히 허락해서 익히고 있는 일들을,
그것이 익기 전에 따버림으로써 훼손시키지 말도록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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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워하지 마라.
삶은 너를 안전하게 해줄 거야.
다만 거기에는 조건이 있단다.
자기 자신을 위해 애쓰는 사람에게만이라는 단서가 붙는단다.
-공지영 《상처 없는 영혼》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