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날에는
너무 맑은 날 속으로만 걸어왔던가..
습기를 견디지 못하는 마음이여..
썩기도 전에
이 악취는 어디서 오는지,
바람에 나를 널어 말리지 않고는
좀더 가벼워지지 않고는
그 습한 방으로 돌아올 수 없었다.
바람은 칼날처럼 깊숙이,
꽂힐 때보다 빠져나갈 때 고통은 느껴졌다.
나뭇잎들은 떨어져나가지 않을 만큼만 바람에 몸을 뒤튼다.
저렇게 매달려서, 견디어야 하나 ..
구름장 터진 사이로 잠시 드는 햇살.
그러나,
아,
나는 눈부셔 바라볼 수 없다.
큰 빛을 보아버린 두 눈은
그 빛에 멀어서 더듬거려야 하고
너무 맑게만 살아온 삶은
흐린 날 속을 오래오래 걸어야 한다.
그래야 맞다,
나부끼다 못해
서로 뒤엉켜 찢겨지고 있는
저 잎새의 날들을 넘어야 한다.
- 나 희 덕 -
...
가끔은 미칠 것 같은 날이 있다.
오늘 같은 날이다.
마셔도 마셔도 해소되지 않는 갈증
먹어도 먹어도 계속되는 고픔
닫아도 닫아도 계속 열리는 마음
풀어도 풀어도 풀리지 않는 머리속..
하루종일 나뭇잎 흔들리듯 흔들리는 날이 있다.
200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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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전부 잊어버렸단 건 거짓말이야.
난 가끔 궁금해하곤 하지.
아직도 당신은 그렇게 아이처럼 웃는지,
아직도 그렇게 먼 곳을 바라보며 이야기 하는지,
아직도 당신이 세운 그 굳건한 성 속에서
당신만의 꿈을 꾸고있는지,
세상은 아직도 당신에게 그렇게 거칠고 낯선지,
.
.
.
당신을 생각하면 내 마음은
캄캄한 동굴속에서 헤매는 어린아이처럼
두렵고 무서웠어.
나는 당신을 사랑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당신이 내게 준 깊은 외로움 탓이었지.
아주 멀리 떠나왔지만
아직도 나는 캄캄한 동굴속에 갇힌 꿈을 꾸곤 해.
황 경 신
...
내 머리속이 하얗게 되어도 괜찮아~
난 다 기억하니까...
내 가슴속이 뻥 뚤려도 괜찮아~
난 다 품었으니까..
내 기억이 다 소멸되어도 괜찮아~
난 다 떠올릴 수 있으니까....
내 사랑이 떠나도 괜찮아~
난 지금 사랑으로 충분하니까...
2009.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