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야기

짐작하지 마세요 / 원태연

리즈hk 2009. 11. 17. 21:44
그럴리 없겠지만 한가하시더라도 더 이상은 쓸데가 없어진 옛 기억들이 살아나 그때는 그랬는데 라는 생각이 나시더라도 그저 생각에만 그치십시오. 내가 당신과 헤어지고 어떤 시간을 보내야 했는지 그렇게 보내지는 시간이 어떤 느낌들로 내 가슴을 찢어 놓았는지 당신은 아무리 깊이 생각을 하셔도 절대로 알수가 없을 것입니다. 그저 그런 이별후의 시간들이었으리라는 짐작은 하지 마십시오. 그때 보낸 내 시간들은 짐작 따위로는 절대로 알 수가 없는 이유입니다. 찬바람 부는 날 혼자 한강을 걷는 것보다 햇볕 쬐는 날 백사장을 걷고 있는 맨발이 더욱 시리다는 걸 짐작이나 해보시겠습니까? 그래서 바닷물이 몰래 흘려 모은 내 눈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꿈에서나 해볼 수 있었겠습니까? 당신을 많이 사랑했으니 그만큼 울었겠구나 라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한 번도 안 울었습니다. 한 방울 눈물도 눈 밖으로 보낸 적 없습니다. 울고 난 뒤 눈물을 내 손등으로 훔치면 정말일 것 같아서... 내가 정말로 당신과 헤어졌을 것 같아서... 마음이 아무리 힘들어도 너무너무 힘들어 흘린 마음의 땀이 넘쳐 눈으로 나오려 할 때 하도 입술을 깨물어 다 터진 입술 때문에 물 한모금 통증없이 넘겨보지 못했습니다. 당신이 다시 돌아오기를 바랐을 거라 생각하지 마십시오. 바라지 않았다면 듣는 즉시 거짓말이란 걸 아셨겠지만 그 생각은 그리 크지 않았습니다. 그것보다 더 바란 것은 그 한가지 소원만 이룰 수 있다면 지금 죽으라 해도 세상에 별 미련이 없을 것 같은 바램.. 그 바램을 짐작이나 할 수 있겠습니까? 모르시겠지요. 당연히 모르고 계셔야지요. 나조차 당신이 내게 다시 돌아와 주시는 것보다 더 간절하게 원하는게 있다는 걸 알고 놀랐으니 말입니다. 꼭 한번만, 그 꼭 한번이 찰나로 스쳐지는 한 순간일지라도 좋으니 당신과 제 마음이 바뀔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랬습니다. 그렇게 우리 마음이 어떻다는걸, 사람의 마음은 한 번 상처를 받으면 종이처럼 조그만 충격에도 속수무책으로 계속 찢어지게돼 있다는 걸 알고살게 해줄 수 있을 텐데 잠을 좀 자보려고, 잠에서 깨어나면 꿈이었을지 모르니까. 그래, 꿈이길 바래. 무리가 있다면 하루 지났으니까 지난 하루만큼은 덜 아파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거니까. 그거라도 바라면서 이불을 머리 위까지 덮어 쓰지만, 안 오는걸.. 잠마저 내 말을 안 듣는 걸 모르시겠지요? 당연히 모르고 사셔야지요. 당신마저 알고 살면 되겠습니까? 나만 알고 살아도 되니까 짐작조차도 하지 마시라는 겁니다. 살다가 살다가 불현듯 생각이 나시겠지만 잘살겠지 그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모든 걸 툭툭 털고 잘 살고 있을 거야 따위의 쉬운 짐작은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당신은 먼지가 아니니까.. 털어버린다고 떨어질 먼지 따위가 아니라 나와 얘기를 만들어 왔던 사람이니까, 없었던 일로 하기에는 너무나 있었던 일인 지난 우리 얘기의 주인공 이니까 잊고 살수 없는 이유가 되는 겁니다. 그러니 살다가 살다가 힘에 겨운 순간이 닥치면 바라겠지요. 잊고 살 수 없는 거라면 잃어버리고 살게라도 해달라고... 짐작하지 마세요. 그럴리도 없겠지만 그러지도 마십시오. 당신이 짐작할 수 있을 만큼만 아파하고 살았다면 아예 처음부터 아파하지도 않았습니다. -원태연- 오랜만이야 참 오랜만이란 말로 웃으며 인사하는 너 처음 널 만날 때처럼 내 가슴이 철없이 또 뛰어 꼭 행복하라는 말로 울면서 보내줬는데 그말이 무색할만큼 너 왜 이렇게 많이 야위었어 무슨 일 있었던거니 세상을 다줄 것 같던 그 사람과 오래오래 잘 사는 게 행복하는 게 그렇게 힘이 들었니 붙잡을 껄 그랬나봐 내가 더 사랑한다 말할껄 가진게 너무 없어 줄게 너무 없어 안되는 줄 알았어 기다릴 껄 그랬나봐 네가 돌아올 줄 알았다면 혼자가 아닌 나라 널 잡을 수 없어 바보같지만 미안해 나 다시 널 보낼께 좀 일찍 오지 그랬어 너 땜에 힘들었는데 죽을 것 같았던 나를 그녀가 겨우 구해줬는데 나 왜 이렇게 못됐니 네 작은 어깨를 꼭 안고 싶어져 자꾸만 후회 되는데 미치겠는데 아프게 너를 또 원해 붙잡을 껄 그랬나봐 내가 더 사랑한다 말할 껄 가진게 너무 없어 줄게 너무 없어 안되는 줄 알았어 기다릴 껄 그랬나봐 네가 돌아올 줄 알았다면 혼자가 아닌 나라 널 잡을 수 없어 바보같지만 미안해 나 다시 널 보낼께 널 안볼껄 그랬나봐 널 닮은 사람이지 그랬어 내 앞에 있는 너를 애써 웃는 너를 안아 줄수도 없는데 스쳐갈껄 그랬나봐 고개돌리지 말껄 그랬어 멀어져가는 너를 난 잡을 수 없어 다시 한번 더 부탁해 나보다 더 행복해 -임창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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