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야기

사랑이 지나간 자리 / 정유찬

리즈hk 2010. 9. 13. 23:45
그래, 사랑이었다. 허망한 느낌과 우울한 고독을 순식간에 쓸어버릴, 바람 같은 사랑, 하지만 사랑이 바람처럼 지나고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하늘이 와르르 무너진다. 부서진 구름이 도시를 덮치고, 싸늘해진 네가 산기슭을 스쳐가면, 수많은 잎들이 비명을 지르며 허공으로 흩어진다. 그래, 그건 바람이었다. 잠든 영혼을 온통 흔들어, 새로운 세상을 보려 했던 바람이었다. 그러나 늘 바람이 그렇듯이, 세차게 불고 나면, 모습은 보이지 않고 황량해진 잔해만 남았다. 사정없이 망가진 흔적만 가슴에 남겨두고, 사라져가는 것이 사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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