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남는 이야기

모든 사랑에는 이유가 있다 / 김영주

리즈hk 2011. 1. 24. 00:17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갔었던 어느 날 난 그만 실수로 줄을 놓치고 말았다. 강아지는 난생 처음 온 절호의 찬스라 생각했던지 전속력으로 그동안 감추어뒀던 질주본능을 발휘하여 달려 나가고 순식간에 점점 멀어지는 고 놈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공포감이 확 밀려 왔다. 난 오직 잡아야 한다는 그 생각에 죽어라 하고 뛰어 쫓아갔지만 내가 따라 뛰면 뛸수록, 그 모습을 살살 돌아보면서 우리 못된 강아지는 더욱 그 숏다리를 부지런히도 돌려서 도망가는 것이었다. 그럴수록 점점 우리 사이는 멀어지고, 도저히 잡을 수가 없었다. - 난 그 때 처음 알았다. 다리의 길이보다는 다리의 숫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러다 내가 지쳐 더 이상 따라 가지 못하고 멈춰 서버리고 말았다. '헉헉... 이제 끝이야. 저 놈을 못볼지도 몰라.' 숨이 턱까지 차오는 것을 넘어 머리가 터질것 같았다. 그런데 내가 쫓아가는 것을 멈추자, 그것을 알아 챈 강쥐도 뛰던 것을 멈추고 잠시 망설이는 것 같더니 졸랑졸랑 돌아와서 주저 앉은 내게 매달리는 것이었다. 그 전 처럼... 강아지는 그저 한 번 마음껏 달려보고 싶었는데 무서운 기세로 자신을 쫓아 오는 것을 보자 본능적으로 도망간 것이다. 돌아보면 익숙한 사람의 얼굴 보이니 안심도 되어 신이 나서 더 뛰고, 또 뛰고 그럴수록 열심히 쫓아오니 일단 더 열심히 도망가고 본 것이다. 강아지를 불러들인 것은 내가 따라가서가 아니다. 뒤돌아 보니 그 때까지 당연히 보이던 그 모습이 없다는 허전함과 당혹감, 더 이상 자신을 따라오지 않는다는 섭섭함... 그런 감정들이 만들어 낸 그리운 그 사람에게로 돌아가야겠다는 자신의 바램이었다. 그래서 다음 부터는 행여 다시 줄을 놓치게 된다해도 절대로 내가 먼저 당황하여 잡으려 따라 뛰지 않는다. 가만 그 자리에 서서 고 놈이 좋아하는 것을 들고서 다정하게 부르는 것이 제 발로 걸어오게 하는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지 않고는 일단 도망가려 뛰어 달아나는 놈은 잡을 수가 없다. 내가 일단 줄을 놓친 사랑하는 그 역시 혹시 그를 잃을까 당황하여 전속력으로 따라 잡으려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면 보일수록 더 빨리 달아난다. 점점 더 멀어진다. 그 것 보다는 처음처럼 여전히 내가 '그가 끌리는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 이라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그를 잃는다는 무서운 생각이 나를 확 덥쳐도 따라 뛰어 나가면 길을 잃을 뿐이다. 스스로 돌아올 수 있도록 그가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 절대로 억지로 따라가서 잡아 올 수는 없다. - '모든 사랑에는 이유가 있다' / 김영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