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야기

바닥에 대하여

리즈hk 2006. 6. 27. 11:37
바닥에 대하여
바닥까지 가본 사람들은 말한다
결국 바닥은 보이지 않는다고
바닥은 보이지 않지만
그냥 바닥까지 걸어가는 것이라고
바닥까지 걸어가야만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바닥을 딛고
굳세게 일어선 사람들도 말한다
더이상 바닥에 발이 닿지 않는다고
발이 닿지 않아도
그냥 바닥을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도 말한다
더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정 호 승-
....
오래 전~
수영을 배울 때 일이다.
25M를 자유자재로 왔다갔다 할 수 있게 되니..
코치샘이 갑자기 다이빙 풀로 가자고 한다. 헐~
4~5명의 아줌마들이 쭈볏쭈볏 그곳으로 끌려?(사실 제 발로 걸어갔지만..)가서 수영을 했다.
아래를 내려다 보면 까마득하기만 한 다이빙 풀~
무섭고 떨리고~ 
혹시 빠지면 어떻게 하나~? 
참 걱정도 많이 했던 것 같다.
그러고 어느 날~
우리의 샘이 4M가 넘는 다이빙풀의 바닥을 집고 올라오라는 주문을 하였다.
한번은 발로..
한번은 손으로..
솔직히 리즈는 제대로 된 폼으로 수영을 하라고 하면 잘 못하지만,, 
요런 것에는 아주 재미를 느껴 젤로 먼저 집고 올라왔지~ ㅎㅎ
예를 들어~ 
평형 발동작에 접영 팔동작~
잠수 오래해서 멀리가기~( 날 따라 올 사람 없었지~ ㅎㅎ)
제자리에서 빙그르 돌기~ (요때 코로 물 들어가 혼이 나곤 하지~ ㅋㅋ)
..
뭐~ 그런~~
그런데 자유형/ 평형 / 배형 / 접영(요건 절대 못함 다리에 힘이 없어서..:기초체력검사에서 판명이 남 ㅎㅎ) 20번 왕복하라고 하면.. 
그저 20%discount 해 달라고 조르기만 하고..
울 아줌마들~
정말 이상한 것도 시킨다고 투덜거리며..
벌렁거리는 마음을 다잡지 못했던 기억~
그런데 왜 그리 아래로 내려 가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떠 오르는지~~???
암튼..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발로 바닥을 차고.. 
손으로 바닥을 집고난 후부터..
우리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다이빙 풀에서 수영을 할 수 있었다.
담력이 커진 걸까~?
빠지고 싶어도 그리 쉽게 바닥으로 가라앉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아서일까~?
암튼 참 신기했었다.
그 때..
오늘 이 시를 읽으며 갑자기 그 때가 떠올랐다.
샘도 갑자기 보고 싶네.. 
아직도 그곳에서 코치를 하고 있을까~?
우리 식구 모두에게 수영을 가르쳐 준 샘이었지~
문득 지난 일이 떠오르면 이리 행복해지는 이유는 뭘까~?
그때 함께 수영을 배웠던 아짐들~
다 무엇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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