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이야기

아침을 여는 3분 피정(마르코 복음 단상)

리즈hk 2008. 6. 1. 17:35

숲길을 걸으며

(마르 3,1-6)

 

 

  한적한 숲길을 걷다 보면 가끔 세상에서 탈출하고픈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숲길 속으로 영원히 사라져 버리고 싶기도 하고,

어릴 적 개구장이 시절로 돌아가 시원한 산 속 계곡물에 풍덩 뛰어들어

신나게 물장구도 치고 싶어집니다.

 

  이런저런 감회와 사색에 젖어들다 매캐한 도시 매연이 또다시 코를 자극하면

어느새 저는 다시 세사 속으로 돌아와 있음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곧 제가 갖추고 살아야 할 사회적 신분과 겉모양에 금새 적응해 버립니다.

 

  그 속에서 저는 지극히 제한되고 꾸며진 모습으로 눈치를 보면서 살아갑니다.

행여 제가 누리고 있는 자유와 편리에 방해를 가해 오지나 않을까

노심초사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람이 없는 한적한 숲 속이나 교외에서는 자신에게 솔직해지면서 자유로움을 느끼는데, 막상 세상 안에 들어오면 솔직해지기보다는 자꾸 자신에게 덧씌우기를 하게 됩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이런 우리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십니다. 오그라든 손을 펴라고요.

이는 움츠러든 우리 내면의 진실을 감추지 말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라는 말씀이 아닐까요?

손이 오그라든 사람의 손을 펴게 만드시는 예수님.

그분은 세상이 덧씌운 겉포장을 벗어 버리고,

자신의 것만을 챙기려는 이기심을 던져 버리기를 바라십니다.

 

  자신의 것을 꼭 쥐고 놓지 못하는 '오그라든 손'이 되지는 말아야하겠습니다.

행여 자신의 것이 다칠까봐 노심초사하며

자신을 감추고 꾸미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그분은 손이 오그라든 사람에게......

'손을 펴시오' 하셨다. 그가 손을 펴자 그 손이 성하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