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빛깔은 달라도
(마르 3,13-19)
가을이 깊어 갑니다. 온 산을 물들여 가는 단풍 빛깔이 참 곱습니다.
갖가지 모양의 울긋불긋한 잎새들은
산을 찾는 이에게 자신의 아름다운 자태를
한껏 즐기고 가라고 손짓하며 초대하는 듯합니다.
우리들의 삶 안에도 이런 단풍 빛깔이 가득합니다.
제가 초록 빛깔이라면 당신은 붉은 빛깔, 아니면 노란 빛깔일 수 있습니다.
제가 귤빛이라면 당신은 보랏빛일 수 있습니다.
다양한 빛깔로 살아가는 우리들은 단풍잎처럼 아름답습니다.
오늘 예수님은 제자들의 이름을 부르시고는
그 제자들의 성격에 맞게 별명도 붙여 주십니다.
다혈질 시몬은 베드로라 하고,
질투심과 명예욕이 많은 야고보와 그 동기 요한은 천둥의 아들들이라고 부르고 계십니다.
예수님이 이들을 부르신 이유는 그저 '함께'하시려는 당신의 원의 때문입니다.
한솥밥 먹고 서로 도우며 살기 위하여 열두 제자들을 직접 부르셨던 것입니다.
각자가 모두 다른 빛깔을 가졌는데도 말입니다.
예수님은 심지어 자신을 팔아 넘길 유다까지도 당신의 부르심에 초대하셨습니다.
이처럼 예수님은 우리들 각자의 고유한 모습을 고스란히 받아들이십니다.
틀에 끼워 맞춘 하나의 아름다움을 원하시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모습들이 함께 호흡하는 다양성 안의 일치를 원하셨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나면 단풍놀이를 가고 싶습니다.
변하지 않는 사철나무들과 어우러진 다양한 빛깔의 단풍은
함께 살아가는 이 세상의 아름다움을 가리키고 있는 것 같아 더욱 정겹습니다.
"그리고 그분은 산에 올라가 당신이 원하신 이들을 부르셨다. ......
그리하여 열둘을 정하시고 또한 그들을 사도라고 이름지으셨으니
그들이 당신과 함께 있기 위함이었다."
...
나는 어떤 색깔을 내며 살아내고 있나?
또 당신은 어떤 색깔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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