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야기

1991년 8월 30일 홍콩 입국^^*

리즈hk 2009. 3. 9. 13:26

1991 8 31일 나와 나의 두 아들 성집과 성욱이를 데리고 홍콩 카이탁 공항에 도착을했다.

남편은 한달 보름 전에 와서 먼저 이곳으로 회사의 일원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을 것이고

오늘은 우리를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제 겨우 생후 10개월이된 아들과 4살인 아들과 함께 국외 비행기를 타는 일이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행히 부산스러운 아이들이 아니라서 견딜만했지만 말이다.

지금 그 때를 생각하니 내가 참으로 대단했다 싶다.

어떻게 그런 용기를 부릴 수 있었는지

아뭏튼 도착을 했다는 기내방송으로 주섬 주섬 내릴 준비를 했다.

 

순서대로 나오고 보니 트랩을 밟고 내리는 것이다. 헉~ 

아이를 안고, 손을 잡고 가방을 들고 정말 조심 조심 계단을 내려왔던 기억에

지금도 머리가 쭈뼛하니 서는 것 같다.

 

처음 맡은 홍콩의 공기는 죽음이었다.

아마 이것이 가장 적당한 비유가 아닐까 싶은데 그래도 모자랄 수 있는 비유일 수도 있다.

공중목욕탕에서 목욕을 마치고 옷을 다 입고 집으로 가려다

문득 욕탕 내에 두고온 물건이 생각나서 옷을 다 입은채 욕탕안으로 들어갔을 때의 느낌이라면 이해가 될까?

정말 그랬다.

훅한 공기가 정말로 엮겹단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이런 곳에서 앞으로 내가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하는 생각으로

공항순환버스를 탔고 버스는 금방 에어컨이 강하게 나오는 건물안으로 우리를 데려다 주었다.

통관을 하고 짐을 찾고 그렇게 나를 기다리는 남편을 만났다.

반가웠다. 3시간 남짓의 비행으로 이 미 피곤함이 극에 달했고

남편을 만났다는 안도감으로 긴장마저 풀어져 버린 듯 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참으로 길고 긴 여행이었다고 여겨졌다.

 

택시를 타고 우리가 앞으로 살아야 할 집이 있는 `타이쿠싱(Tai Koo Shing)이란 동네로 가는 길에

보이는 이런 저런 모습은 나를 비참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길가에서 보이는 아파트들의 벽들이 곰팡이로 얼룩져 있었고

기다란 장대에 빨래들이 널려있고 그것들이 바람에 너풀거리고 있었다.

남편에게 물었었다. 우리도 저런 집에 살아야 하는가? 하고 말이다.

남편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다고 했다.

 

도착하기 전부터 얼마나 걱정이 되고 속이 상하던지 말도 다 못했다.

집앞에 도착해보니 그렇게 엉망인 아파는 아니었고 금새 남편의 장난이었음이 드러났다.

서울에서의 5년 남짓의 결혼 생활을 접고 이곳으로 오면서 짐을 대충 정리하였었다.

가구와 전자제품들을 다 버리고 나누어주고 왔더니

우리가 살 회사집집엔 조그만 티비 한대와 전화기 한 대와 식탁이 전부였다.

그 상황에 난 두 다리 뻗고 울어버린 기억이 난다.

버리고 온 것들이 아까워 울고 앞으로 내 신세가 처량해 울어던 것 같다.

아들이 놀라 나에게 달려와 안겼었다.

그렇게 홍콩의 첫날이 기억이 된다.

 

나보다 먼저 도착한 짐들을 풀고나니 필요한 것들이 수두룩했다. 

필요한 것들을 구입하느라 집과 일본슈퍼 UNY를 열심히 들락거렸던 기억이 난다.

 

당시 홍콩달러에 대한 개념이 없다보니

아주 싸다고 여기고 집에 돌아와 다시 생각해보면 너무나도 엄청난 가격이었다.

그래서인가?

그 당시에 구입했던 고가?(싸다고 구입했던)의 물건들은

여전히 나의 주방에서 내가 선택해 주기를 기다리고 있다.

모르면 돈을 들여라는 말은 정말로 맞는 말이다.

싼 게 비지떡이란 말이 정말로 맞는 말인 것이다.

 

홍콩에 도착한 날이 토요일이었고,,

일요일 내내 짐정리에 여념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살아가기 시작한 그 날들이 떠날 이 시점에서야 주마등처럼 떠오르는 일이 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2009년 1월 어느날 마운산 마지막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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