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야기

홍콩을 떠나며

리즈hk 2009. 3. 5. 20:46

얼마 안되는 시간으로 여겨지는데 참으로 긴세월을 이곳에서 살았습니다.

17 5개월을 뒤로하고 떠나자니 많이 아쉽습니다.

또 많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주마등처럼 스치고 지나는 일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지난 세월을 돌아보게 되는 이 여유가 고맙게 여겨집니다.

 

처음으로 한국 신부님 파견되는 해 1991년 여름에 4살과 10개월이 된 두 아들을 데리고 홍콩으로 왔습니다.

카이탁 국제공항에 도착해 트랩을 통해 내려 공항안으로 들어가면서 느꼈던 기분은

덥고 끈적거리고 호흡곤란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엊그제 같은데 벌써 세월이 이렇게 흘렀습니다.

4살이었던 녀석은 대학 졸업반이고, 내 팔에 안겨 홍콩 공항을 내렸던 녀석은 올해 대학에 입학을 합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때의 기억이 또렷합니다.

잠시 행복함에 빠져 봅니다.

그리고 지금 한국에 있는 두 녀석을 생각하니 흐뭇한 미소와 함께 기분이 좋아집니다.

밥을 안먹어도 배부르다고 하지요 딱 그 기분입니다.

난 너무도 부족한 엄마인데 그에 반해 멋지고 듬직하게 자라준 두 아들이 대견합니다.

그래서 감사합니다.

 

초대 본당신부님으로 부임하신 이성한 신부님의 첫 미사에 독서를 했던 기억,

긴또 9층 계단 강의실에서의 어린이 미사의 추억,

연의청 모임,

그 옆 농구장에서 아이들과 농구하던 주일학교 중고등부 학생들의 모습,

가족을 버리고 주일학교에 열과 성을 다한 남편덕에

4살 아들과 유모차에 태운 둘째와의 미사 참례는 힘들었지만 즐거운 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일들이 떠오릅니다.

조셉성당에서의 여러가지 일들,

주일학교 학생들과 즐거웠던 시간,

엔젤스 야구팀과 운동장에서 땀흘리며 힘들게 보냈지만 의미있고 즐거웠던 시간,

성모의 밤 행사,

여름 캠프에서의 추억,

바자회,

성탄 학예발표회,

성탄 파티,

야외미사 및 체육대회,

바베큐 파티,

태풍 8,

ME피정 참석,

김수환 추기경님과의 미사,

잠시 홍콩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서 서먹했던 기억,

꾸르실료 34,

여러 피정들,

지난 6월에 함께했던 성지순례,

홍보분과 일을 맡아 주보 작업을 하게 된 일 등 이 모든 것들이 감사함으로 다가오는 시간입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과 떨어져 지내는 홍콩생활이 때론 편하고 즐거웠고 행복하고 의미있는날들이었지만

때론 힘들고 고통스러운 적도 많았습니다.

힘든 것도 지나가고 행복한 일도 지나갈 뿐이란 것을 깨닫게 됩니다.

살아가는 일이 누구나에게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만……

 

돌아보면 발자국마다 은총이라고 하더니 지금 제 심정이 딱 그러합니다.

지인들이 제게주는 응원의 소리가 가끔은 쓸쓸하게 다가올 때도 있지만 힘을 내게 하는 응원의 말이라는 것을 잘 압니다.

`잘가라` `한국에 가니 좋겠다` 등등의 말들이 음악같습니다.

때론 소음 처럼 들리는 날도 있습니다.

같은 말도 때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음악 같다거나 때로는 소음 같은 것들이 어우러져 화음을 낸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잠시의 고통과 잠시의 행복이 합하여 삶의 조화를 이룬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알고 가게 되어서 기쁩니다.

 

자주 이런 저런 일들에 불평을 하고, 짜증을 내고, 투덜거리곤 했는데 이런 일들도 이제 그리움으로 다가오게 되겠지요.

아마 오래도록 추억할 것 같습니다.

그 속에 빠져 지낼 것 같습니다.

 

건강하십시오.

즐겁게 웃으며 지내시길 기도합니다.

행복하십시오!

 

 

2009-01-28

 

 

 

...

 

 

이사짐을 싸기 며칠 전에 써 놓은 글이다.

아마 마음은 게시판에 올리려고 했던 모양인데..

인터넷이 안되었으니 그냥 저장해 둔 모양이다.

이제와서 올린다는 것도 우스울 수 있으니.,,

기록의 의미로다가 이렇게 올려본다.

내 블로그니 내맘대로 해도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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