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남는 이야기

사랑에 물들다 / 정현주

리즈hk 2009. 9. 29. 06:45
왜 오래도록 사랑을 하지 않은 거냐고 너는 물었지. 있잖아, 내가 사는 동네에는 하루에도 몇번씩 기차가 지나다녔거든. 길을 가다가 기차를 만날때면 난 어김없이 마음이 설렜어. 떠나는 사람들이 부러워서 창가에 앉은 낯선 사람들에게 몰래 손을 흔들어보기도 하고 기차가 멈춰 설 땅 끝 어딘가, 푸른바다를 그려보기도 했지. 하지만 표를 끊고 기차를 타진 않았어. 왜냐하면 이런 생각을 했거든. 먼 기차여행은 분명 고단할거야 나는 꿈꾸는 자로 남기로 한거야. 기차를 타지 않은 것과 같은 이유로 난 사랑에 뛰어들지 않았어. 사랑의 길 또한 멀고 힘겨울 테니까 사랑을 꿈꾸기만 하는 자리에 남기로 한거지. 충분해, 꿈꾸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워. 상처받지 않아서 다행이야. 난 안전하고 행복해. 매일 주문을 걸 듯 나에게 말했지만 끝내는 가슴 한쪽이 쓸쓸해졌을 때 네가 나타난거야. 그래도 사랑은 한동안 내게 조금 두려운 것이었어. 행복해도 좋을 때 마음껏 행복하지 못하는 못난 가슴, 그게 나였는데 움츠러드는 나에게 넌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지. 우리 어릴 때 눈사람 만들던 거 기억하니? 몸이 젖고 손이 시려도 우린 무조건 즐거웠잖아. 눈사람이 녹아버릴까 걱정하지 않았잖아 녹아버릴 것을 알면서도 눈사람을 만들던 그때처럼 언젠가 멈춰버린다 하더라도 지금은 두려움없이 사랑할 때는 그게 맞아 정현주 / 사랑에 물들다 ... 글쟁이들은 참 희안타. 정말로 희안하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쓴다는 것이 쉬운일인가 말이다. 그런데 뭔가 쿵~ 하고 떨어지는 글을 만나면 반갑기도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놀라기도 한단 말야~~ 그 사람 속에 들어가 본 것일까? 같은 마음이었을까? 참 궁금타~ 추억처럼 올라온 일들이 잠시 나를 멍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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