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야기

바람 속을 걷는 법 / 이정하

리즈hk 2010. 1. 14. 21:02
바람 속을 걷는 법 1 바람이 불었다. 나는 비틀거렸고, 함께 걸어주는 이가 그리웠다. 바람 속을 걷는 법 2 바람 불지 않으면 세상살이가 아니다. 그래, 산다는 것은 바람이 잠자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부는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바람이 약해지는 것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그 바람 속을 헤쳐나가는 것이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것, 바람이 드셀수록 왜 연은 높이 나는지. 바람 속을 걷는 법 3 이른 아침, 냇가에 나가 흔들리는 풀꽃들을 보라. 왜 흔들리는지, 하고많은 꽃들 중에 하필이면 왜 풀꽃으로 피어났는지 누구도 묻지 않고 다들 제자리에 서 있다. 이름조차 없지만 꽃 필 땐 흐드러지게 핀다. 눈길 한 번 안 주기에 내 멋대로, 내가 바로 세상의 중심 당당하게 핀다. 바람 속을 걷는 법 4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 오늘도 어김없이 집 밖을 나섰습니다. 마땅히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걷기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함께 걸었던 길을 혼자서 걷는 것은 세상 무엇보다 싫었던 일이지만 그렇게라도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잊었다 생각했다가도 밤이면 속절없이 돋아나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천 근의 무게로 압박해오는 그대여, 하루에도 수십 번씩 당신을 가두고 풀어주는 내 마음 감옥을 아시는지요 잠시 스쳐간 그대로 인해 나는 얼마나 더 흔들려야 하는지. 추억이라 이름 붙인 것들은 그것이 다시는 올 수 없는 까닭이겠지만 밤길을 걸으며 나는 일부러 그것들을 차례차례 재현해봅니다. 그렇듯 삶이란 것은, 내가 그리워한 사랑이라는 것은 하나하나 맞이했다가 떠나보내는 세월 같은 것 떠날 사람은 떠나고 남을 사람만 남아 떠난 사람의 마지막 눈빛을 언제까지나 떠올리다 쓸쓸히 돌아서는 발자국 같은 것. 그대여, 그립다는 말을 아십니까 그 눈물겨운 흔들림을 아십니까 -이정하- 좋은 사람 그대가 좋아한 옷을 입고서 그대와 함께한 거릴 걸어요 우연히라도 날 마주친다면 날 버린걸 땅을 치며 후회하라고 나만 사랑해 줄 누가봐도 좋은사람이 그댈 대신해 내 곁에서 날 지켜주고 있으니 모두들 내게 행복해 보인데요 그대보다 잘난 사랑에 잘된 일이래요 그 사람에게 평생 미안한 일이지만 그댈 아프길 바라는 내 사랑이니까 나만 바라보는 마음 착한사람이 나를 그댈 대신해 사랑한다며 아껴주고 있으니 모두들 내게 행복해 보인데요 그대보다 잘난 사랑에 잘된 일이래요 그 사람에게 평생 미안한 일이지만 그댈 아프길 바라는 내 사랑이니까 아프고 또 아프길 행복한 내 모습 보면서 날 버린 걸 후회하며 울며 살아가길 웃고 있어도 가슴은 울고 있죠 그대 아프길 바랬는데 내가 더 아파요 행복하다고 앞으로 그럴 수 있다고 내맘을 속여 말을 해도 듣질 않네요 -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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