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건망증^^*

리즈hk 2005. 9. 27. 00:51
`따르릉~~` 
전화가 왔다.
할 일을 해 놓지 않아서 눈 코 뜰새없이 바쁜데... 
`누굴까~?` 하면서 전화를 받았다.
남편의 전화였다.
목소리가 웬지 작다..
아침에 집을 나섰다가 다시 돌아와 잊고간 핸드폰을 챙겼었다..
`또 잊은 거 없어~?`하고 내가 물었을 때 `없다`고 했다..
그래놓곤.. 겨우 20분정도 지나서 전화가 온 것이다.
`무슨일이냐~?`니까.. 열쇠를 두고 왔다고 한다..
`나,, 지금 시간 없단 말이야~ 알잖아~?`  했더니.. `그럼 내가 다시 올라가랴~?` 한다.
할 수 없이 차를 몰고 남편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갔다.
열쇠를 전해 주었다.
`아들에겐 비밀로 해줘~`했다.
`싫다~ 다 말해줄꺼다.. ` ㅋㅋ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비가 억수같이 내린다.
맘이 급해진다..
우산을 안 가지고 나와서 주차장에서 집 입구까지 오면서 비까지 맞았다.
아직 못 끝낸 숙제는 남아있고..
블로그도 챙겨 보아야 하고..
아침 묵상글도 읽어야 하고..
집안 정리도 해야 하고..
.
.
.
그런데 건망증 때문에 30분 이상이 날아가버렸다^^*
해가 바뀔수록.. 
나이가 들수록 자주 잊고 지내는 게 많다.
과거는 과거일뿐이라고.. 
그래서 현재에 아주 충실하게 살아야 된다고 하지만..
우리는 언제나 과거나 미래에 큰 가치를 두고 살아간다.
지난 일을 후회하고 반성하고..
앞으로 다가올 일에 대해 걱정하고 희망하고..
그러나 이 과거나 미래가 지금이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걸.. 안다.
요사이 남편이 자주 물건을 잊고 다닌다.
나 역시 그럴때도 있다. 어쩌랴~~ 세월이 흘러서 그런것을..
남편이 자주 물건을 잊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가끔은 서글픈 생각이 들지만.. 
그것 역시 지나가는 과정이라면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일어난 일이므로.. 
우리의 과거의 한 부분이 될 수 있고.. 
미래에 가져올 추억이 될 수도 있으니까..
이 건망증으로 남편을 놀려 먹기도 한다.
아침에 아들에겐 비밀로 해 달라고 했는데.. 
저녁에 아들에게 다~ 얘기해 주었다..
해 놓고 나니 조금 무안했을 것 같아 미안했다. 
아주 조금 미안했다.
남편(아빠)의 건망증이 우리를 살짝 살짝 웃음짓게 만든다.
이렇게 살짜기 웃는 거 알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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