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걷자. 그냥 걷자. 가을색 유혹에 한번쯤은 못이기는 척 걷다 보면 잊고 있었던 먼먼 음성이 발밑으로 찾아와 한 걸음씩 디딜 때마다 그토록 설레게 했던 그리운 이의 목소리가 되어 세월로 닫아놓았던 가슴이 문을 연다. 허전함이 기다리는 공원벤치는 보지 말자. 걷다 보면 바람 뒤에 살금 따라와 팔짱을 끼는 정겨움으로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구름 위를 걷듯 그렇게 황홀했던 순간이 되어 파란 하늘에 그려진 가슴은 행복하다. 가을에는 걷자. 그냥 걷자. 가끔씩 눈을 감고 걸으면 억새들이 부르는 손짓과 가을 색에 자지러지는 새들의 날갯짓에 더 가까이 그리운 이의 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까 - 오광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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