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성서 공부를 끝내고 나서
시작하여 중도에 그치지 않고 끝까지 올 수 있게 해 주심에 먼저 감사를 드리며.
우습게 여기며 시작했다가 큰 코 다친 경우라고나 할까?
성서공부라 하길래 열심히 듣고, 받아 적어, 나의 것으로 만들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던 기대는
첫 시간부터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
숙제며, 묵상이며 나에게 너무나 생소한 단어들을 듣는다는 것부터가
나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느님의 전능함이나, 예수님의 기적들을 접할때면 위대함이나 은총을 느끼기 보다는
‘마징가 Z 가 나타났나?’ ‘왠 마술?’ 하곤 했는데
그런 상황을 느끼고 묵상을 하라니 얼마나 답답했겠나?
지금 생각해 보니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스스로에게 늘어놓았던 불만들,
같이 나눔을 갖는 자매에게 불만을 토로 했던 기억들이 떠올라 잠깐씩 부끄러움을 금치 못하겠다.
타인의 좋은 묵상 내용을 들으면서
나는 왜 저렇게 근사하게 써 오지 못했나 하며 스스로를 질책하고
나아가 ‘그만 둘까?’ 하는 생각을 참으로 많이 한 것 같아 부끄러울 따름이다.
진정 내 안의 마음을 정리해 우러나오는 묵상이 아니라
남에게 보이기 위한 묵상이었음을 솔직히 고백해 본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런 마음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나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해 나갈 수 있었음이 하나의 은총이 아니었나 싶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주일 학교에서도 아이들과 함께 내가 배운 내용을 토대로 이야기를 나누고,
자기반성을 하고, 나아가 상대방의 얘기를 들어 주는 시간을 가졌을 때,
의외로 좋은 반응을 나타내는 아이들을 대하며 또 한 번의 감사를 해야 했다.
진정 무엇이 옳고, 그런지를 우리가 판단 내릴 수 없을 때,
모두의 목소리를 통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진정 배워 알게 되었다.
함께 한다는 것,
서로 마음을 터놓을 수 있다는 것이 진정 당신의 은총이 아니었나 감히 말해 본다.
당신이 마련해 놓은 이 세상은 진정 당신 보시기에 좋은신지 가끔은 궁금했다.
그러나 이 공부를 통해 당신이 그런 세상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우리가 만들어 내어야 함을 알게 되었고, 깨닫게 되었다.
이제 성서공부가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감히 말해보고 싶다.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당신을 알아 모시는 시간이 오길 기대해 보며......
아멘
2000년 6월 1일
*** 엘리사벳
오래 묵은 글이지만 올린다.
기록의 의미로다가...
A드라이브에 들어있던 내용을 우연히 찾게 되어서,,,,
2009년 3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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