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야기

운전 면허 따기

리즈hk 2009. 3. 9. 14:40

운전 면허 따기

 

수영도 어느정도 자리를 잡아갈 무렵,

주중이면 늘 주차장에서 잠을 자고 있는 차는 있는데

운전을 할 수 없으니 어디를 가더라도 택시를 타고 다녀야 하는 아쉬움으로 덜컥 큰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자주 지나다니며 본 `운전학교`에 등록을 해 버린 것이다.

남편과 상의도 없이 말이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물건 사고 아이들의 렛슨선생님과 겨우 의사소통하는 정도의 영어실력으로

덜컥 일을 저지르고 나니 겁이 난 것도 사실이었다.

 

그래도 어쩌랴 이미 물은 엎지러진 것을,,,,

시험 날짜를 정하고 나니 교육을 받아야 한단다.

시뮬레이션으로 운전연습을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던지..

갑자기 오른쪽으로 돌아라,,

왼쪽으로 돌아라,,

서라,, 등등

이런 저런 과정을 거쳐 낮은 점수였지만 시뮬레이션엔 통과를 했다.

 

 이제 필기 시험이다.

문제가 수록된 작은 책자를 주면서 이 안에서 출제가 된다고 하였다.

한참 남아있는 날짜였고 수영강습도 겸하고 있었으니 주부였으니... 

별로 느낌없이 날자가 지나갔다.

또 그 당시 성당 여름 캠프 준비로 바빴고 정말 까마득히 시험이 있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급기야 이틀 전에야 기억이 나..

밤샘치기로 공부를 했지만 역부족으로 시험에 떨어졌다.

얼마나 창피하던지..

 

20문제에 4문제 틀리면 떨어진다고 하였다.

단어 뜻이 우리와 다르게 쓰는 것이 있는지라 (커브길이라고 하지 않는가)..

암튼 다시 다음 시험을 예약하고 돌아서면서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떨어졌다고,, 했더니 뭐라고 놀려댈 줄 알았는데

한국말로 시험을 봐도 몇 번씩 떨어지는 사람이 수두룩 한데 뭐가 창피하냐고 나의 격려해주었다.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는 부분이다.

 

두번째 필기시험에 합격하여 `파킹연수`에 들어갔다.

`L파킹, S파킹, 스리 포인트 턴, 힐 스타드` 연습을 운전 학원에서 하였다.

예비 시험을 거쳐 무사히 합격했다.

앗싸~

 

그리고 `도로주행연수`를 시작하였다.

쉽지는 않았지만 열심히 하였다.

시험을 치기전에 높은 교관을 옆에 태우고 예비시험을 치렀다.

그 때 몇 번 더 연습하라는 것을 무시하고(솔직히 돈이 아까웠다 ㅎㅎ) 본 시험에 임했다.

 

비가 왔고 시험관의 험상궂음에 이미 질려 있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불합격이란다.

그래서 왜 내가 무엇 때문에 불합격인지 그 시험관에게 따졌다.

어떻게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는지 아마 아줌마의 무대뽀 정신이 아니었나 싶었다.

이유인즉슨 다시금 50만원 정도의 돈을 더 들어야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시작에 이미 100만원(당시 환율/ 요즘 환율이라면 거의 200만원에 육박하는 돈이었다) 정도의 돈을 냈는데 말이다.

떨어지니 이런 일이 발생을 하였다.

그날 화가나서 다음 시험 예약을 하지 않고 돌아왔다. 거의 3달을 기다려야... 

그리고 일주일 후에 가서 예약을 하려고 보니 그날 할 때의 날짜보다 한 달 반이 밀려져 있었다.

암튼 12월에 시험에 떨어지고 두번째 시험이 5월이었으니 어떤 상황인지 짐작을 할 수 있으리라.

우여곡절 끝에 다시금 연수를 받았다.

 

두번째 시험이 있던 날,

조수석에 탄 시험관이 내가 홍콩사람인줄 알고 광동어로 무어라고 했다.

해서 미안하지만 못 알아들었다고 영어로 얘기해 달라고 했다.

한국사람이냐고 물었고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안녕하세요?를 한다.

그래서 금새 학생과 시험관 사이의 분위기가 달라져 버렸다.

아주 편안해져서 도로주행에 임할 수 있었다.

그날 난 합격을 했고 합격을 축하한다면서 도로 연수를 하라고 꼬드겼다.

이미 도로연수를 했는데 무슨,, 하면서 남편이 도와주기로 했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얼마나 기분이 좋던지~

집 주차장에서 잠자고 있던 차는

그 후로 동네 부녀회 차가 되었다며 늘 놀려 먹던 남편이 떠오른다.

 

둘째를 유치원에 보내고 바로 수영장으로 가는 날이 반,,

운전 연수받으러 가는 날이 반이었다.

 

그런데 운전 면허를 취득하고 나서는 수영장으로 가는 날엔 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다니게 되었다.

얼마나 뿌듯한 일이냐?

정말 그랬다.

아이들의 학교에 가는 일도 택시를 타지 않아도 되었다.

운전면허를 취득하여 여러모로 유용하게 잘 활용했다.

다만 운전석이 한국과 반대라서 한국에서 운전하는 것에 겁을 내곤했는데

앞으로 한국에서 살 예정이니 자주 하다보면 적응이 되겠지 한다.

 

 

무엇을 배워 내것으로 만드는 일은 흥미롭다.

가끔 무섭다고 먼저 겁에 질려하는 사람도 더러있다.

겁내지 마시라.

그 겁내는 것보다 훨씬 즐겁고 행복함을 주는 일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2009년 1월 어느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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