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이야기

떠나 보내기

리즈hk 2009. 3. 9. 15:40

떠나 보내기

 

이별이란 말은 누구에게나 힘들고 아픈 말이다.

특히나 타향살이하고 있는 우리들의 떠나보내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자신들의 가족과 떨어져 살다보니 타향에서 정을 나누며 지내는 가족들이 많다.

서로의 아이들에게 이모가 되어 주기도 하고 때론 고모가 되어주는 경우도 있고

 때론 엄마가 되어주기도 하면서 보낸다.

 

그렇게 마음을 다해 정을 주고 사랑을 나누며 지내다가 한쪽의 떠남에 대한 소식은 청천벽력 같은 일이다.

진정으로 특별한 마음으로 대했던 사람을 떠나보내는 일은 제 살을 깎는 일이 되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런 경험이 있다.

많았다. 그동안,,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도 힘이 들어오고

그렇게 의지하고 지낸 사람이라면 더욱 더 그럴지도 모른다.

 

언젠가 한번은 아쉬움을 더 나눈답시고 공항에 함께 가기로 했다.

가는 사람도 그랬지만 남는 우리들의 마음이 너무도 허전하고 맥빠지는 일이어서

우리들은 공항출국장 앞에서 한참씩을 부여안고 울다가 헤어졌다.

 

참으로 난감하고 막막했던 그리고 먹먹하기까지한 그 날이었다.

그 후론 누가 떠난다 하더라도 공항엘 가지 않는 버릇이 생겼다.

그 때의 그 기억은 한번으로 족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 내 차례가 되었다.

아마도 아주 쓸쓸하게 혼자 공항출국장을 빠져 나와야 할 것 같다.

 

누군가 그래서 오래산 사람들은 차갑다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사람들과의 관계를 어느 한계선을 그어놓고

그 선을 넘지 않은 관계를 유지하며 지내게 되더란 얘기다.

경계의 한계는 자신이 정할뿐이고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지만

그렇게 살다보니 정이 메말랐다, 건조하다, 차갑다, 조금 이상하다는 소리도 듣기도 한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도 얼마 정도 살다보면,,

`이래서 오래 산 사람들이 저러하구나~` 를 느끼고

본인 역시 그런 사람들이 되어가는 것이다.

이런일은 이제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상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이제 정든 이곳을 떠나야 한다.

식사를 하자는 얘기도 아프게 다가오고 쓸쓸함으로 다가오지만 기쁘게 받아안으려고 한다.

이미 떠나간 사람들이 그리했듯이 말이다.

 

떠나간 사람에게 내가 그리 했듯이 그들도 지금 자신의 할 도리를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말이다.

그 도리를 하겠다는 것을 내가 막을 수는 없는 일이고

그래서는 안되는 일이기에……

 

정이란 더러운 것이라고 어른들은 말한다.

나도 이제 그 말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나 보다.

그 정을 잘 떼어놓고 떠나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래야 하는데 말이다.

 

 

 

 

2009년 1월 어느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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