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이야기

길 위에서 / 나 희덕

리즈hk 2009. 3. 12. 21:31
길 위에서 길을 잃고 나서야 나는 누군가의 길을 잃게 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어떤 개미를 기억해내었다. 눅눅한 벽지 위 개미의 길을 무심코 손가락으로 문질러버린 일이 있다. 돌아오던 개미는 지워진 길 앞에서 두리번거리다가 전혀 엉뚱한 길로 접어들었다 제 길 위에 놓아주려 했지만 그럴수록 개미는 발버둥치며 달아나버렸다. 길을 잃고 나서야 생각한다. 사람들에게도 누군가 지나간 자리에 남는 냄새 같은 게 있다는 것을, 얼마나 많은 인연들의 길과 냄새를 흐려놓았던지, 나의 발길은 아직도 길 위에서 서성서리고 있다. -나희덕- To Dori / Stamatis Spanoudakis 어디로 가야하는지 모르겠단 생각이 드는 어느날,, 어김없이 길바닥으로 쏟아져 나오는 봇물같은 추억들로,, 가끔 당황한다. 가는 길의 방향과 냄새를 제대로 헤아지리 못해서였을까? 하고 잠시 멍해본다. 오늘,, 새로운 시도를 한답시고 탄 버스는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다가 내가 원하는 목적지보다 멀게 데려다 놓고는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그렇게 떠나갔다. 그 시점이 될때까지 난 버스에 앉아 몸서리를 쳐야했다. 30분이면 될 것을 한시간이 넘도록 버스에 앉아 있었으니 말이다. 새로운 시도는 이것으로 끝이다. 몸서리쳐지는 새로운 시도는 이 한 번으로 끝을 내었다. 길..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만들어지고 있는 중인지도 모른다. 내가 알듯 말듯하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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