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랑에 빠진 남녀가 공유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생각한다.
몸을 겹치는 순간,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속삭이면서 나를 잊어버리는 순간, 농담을 하며 웃는 순간.
그 때 우리는 몸도 마음도 하나가 되었다고 느낄 것이다.
그러나 정말?
서로의 생각이 교차하고 겹쳐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대체 누가 증명할 수 있을까.
그런 것들은 모두 달콤한 착각이 아닐까.
두 개의 다른 육체가 하나 될 리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서로 사랑한다 해도 결국은 혼자라는 고독을 알아 버린 여자에게,
일심동체 같은 말은 쓴웃음을 짓게 할 뿐이다.
공유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둘이서 보내는 시간 그것뿐이 아닐까.
몇 년 몇 월 며칠의 몇 시 몇 분까지,
둘이 같이 했었다는 사실만이 사랑이 남길 수 있는 증거다.
그 시간에 둘이서 무엇을 했느냐는 것이 하나의 사실로 남는다.
그러나 둘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아무도 말할 수 없다.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었는지도.
내가 입밖에 낼 수 있는 것은 그뿐이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늘 자기 멋대로 쓰는 일기다.
그것도 앞 페이지를 자신의 손가락으로 들춰 보지 않는 일기.
사랑의 일기장은 늘 바람에 날려 문득 과거의 페이지를 내 눈앞에 드러낸다.
거기 나열된 문자는 어색하고 애절하게, 내 마음을 아리게 할 만큼 진지하다.
야마다 에이미 / 120% CO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