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는 이야기

17-09-05 송편빚기^^*

리즈hk 2005. 9. 17. 10:41

이렇게 둘러 앉아 송편을 빚어본 게 언제인지..?
음,, 
음,,
아마도 결혼하고 첫 해 추석이었던 것 같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나 보다..
그러니까.. 86년 추석인가 보다..
(블로그 덕분에 생각나는 게 많아졌다.)
막내 며느리인 나는 언제나 큰 일 보다는 작은 일이 주로 주어졌었다.
콩나물 발을 딴다거나.. 
전을 뒤집는다거나..
이리 저리를 정돈한다거나..
나온 그릇들을 씻는다거나..
..
..
..
..
그런데 송편을 빚었다.
나는 정성껏.. 아주 맘을 다해서 빚었다.
키가 큰 내가 빚은(사실 내가 이 집안에선 제일로 작다 / 172 )송편은 내가봐도 만두처럼 생겼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추석을 쇠러 오신 숙모님이..
` 이게 송편이가~ 만두지~?` 하신다. 
노래진 막내며느리를 다독거리기 위해서.. 상황 수습을 위해서..
울 어머니께서 한 말씀 하셨다.
` 크고 먹을 것 많아 좋구마는~???` 하셨다..
암튼 
이 기막힌(쪽팔림) 일이 있고 난 그 후론~ 지금까지 송편을 빚지 않았다.
아니 빚을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편한 백성이 된걸까~?
타향살이에 송편 빚을 엄두도 나지 않았을 뿐더러..
어떻게 빚어야 하는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막내 며느리는..
때론 이렇게 막막함을 줄 때도 있다..
이따가 계속~
...........
조금 멀리 다녀왔습니다.
내일 식구들과 먹을 나물 조금씩 만들고..
전거리 준비 마치고..
생선 다듬어 냉장고에 넣어두고..
잠시 짬을 내어 다시 왔습니다.
수원 나그네님이 오셔서 격려인사를 주셨네요..
그럼 계속 쓰겠습니다.. 
.........
할 줄 아는 것이 참으로 없는 막내인데.. 나이만 들어가고..
이제는 배우기 보다는 배움을 나누어 주어야 할 나이가 되어감에도.. 
모든 방면에서 부족한 자신임을 솔직히 고백해 봅니다.
할 줄 아는 것 보다는,, 할 줄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이 나이엔 할 줄 아는 게 더 많아야 된다고 생각됨)
나 자신이 답답하게 느껴짐은 물론이거니와..
아울러 이런 나를 이제야 돌아보게 됩니다. 
이러한 반성(자아비판?) 역시 블로그를 통한 것이니.. 
이 블로그를 어찌 효자라고 아니 할 수 있겠는가~?
식구들과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면서 얻는 지혜가 얼마나 많은가~?
어른들의 살아오면서 터득한 삶의 지혜나 여유를.. 
연배들의 노하우를 나는 접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인지 늘 갈증을 느끼면서 살아왔다.
비슷한 나이 또래들과 어울리다 보니..
그 정도의 사고와..
그 정도의 삶의 지혜를 가지고.. 
이곳의 실정에 맞게.. 그렇게 아옹다옹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다고 이러한 삶에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 
그렇게 잘 살아가고 있을뿐이다.
이왕하는 반성.. 자아비판시간이므로 끝까지 가 볼까~?
결혼생활 20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특별히 잘하는 게 뭐냐고 묻는다면... 
막상 대답할 말이 없다. 막막할 뿐이다.
그렇게 지냈다.
어쩜 참으로 편하게 지내왔는지 모른다.
세상의 며느리들이 하는 수고와 노고를 겪지 않았으니까...
그러니 `행복한 투정..` 하지 말라고 하면 더 미안해질 것 같다.
그래도..
그래도...
이 말만은 꼭 하고 싶다.
식구들과 뚝~~~~~~~~ 떨어져 우리식구만의 생활이란 것이..
꼭 좋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과..
얻은 것보다는 잃은 것이 더 많다는 걸 꼭 말해 주고 싶다.
너무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늦지 않은 때라고 말하지 않던가~?
그래서 이 반성이 아무런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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