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학교 때 쓰던 것이다.
여중1년 때..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친구 재순이와 바꾸었던 그 필통..
나의 철제필통과 재순이의 천으로 만들어진 필통.
둘다 선물을 받았던 것이었다.
색다른 필통임에는 분명하다.
지금도 내 가방속에는 그 필통이 들어있다.
아무도 3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여기지 않는다.
가끔 그 친구를 떠올리며..
여중1년의 추억을 되새기곤 한다.
물론 그 친구가 어디서 무얼 하는지..? 모른다.
그러나 내 맘 깊숙이 들어있다 어느 날 불쑥 비집고 그녀가 나온다.
그 오래된 필통속에는 오래된 물건들만 있다.
고등학교 때 친구가 깍아준 천하장군이 들어있는가 하면..
여중 때 반 아이들에게 담임샘이 주신 지우개(커피향이 나는)가 쓰지도 않은 채 들어있다.
그 샘이 가끔 보고 싶다.
대학 때 선물로 받은 만연필이 들어있다.
잉크를 넣어야 쓸 수 있는 조금은 시대에 뒤떨어진 것 같지만..
글을 쓸 때에는 지금도 그것을 가끔씩 사용한다.
카드에 글을 쓸 때라던가.. 중요한 글을 옮길 때는..
그런데 돌이켜보니..
인터넷으로 메일을 주고 받게 된 후론 편지를 손으로 직접 쓴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이 만연필도 제 구실을 못하고 내 오래된 필통안에서 잠을 자고 있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 두번은 내 손에서 만지작거려지는 만연필..
열어보고.. 돌려보고.. 쓸 그 날을 혼자서 기약하기도 한다.
그리고..
만연필을 내게 선물해 주었던 친구도 떠올려 본다.
친구..
친구란 말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사이에서 느끼는 설레임과는 또 다른 설레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