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소녀같은 친구가 있다.
그 친구는 항상 맑은 웃음을 가지고 나를 대한다.
아니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그녀가 인상을 쓰는 얼굴을 본 적이 아직은 없다..
가끔 쓸쓸한 웃음을 짓기도 하지만...
그녀를 보고 있으면 내 기분도 자연 좋아진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내가 살고 있는 게 부끄러워진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난 아주 아주 엉터리 신자라는 생각이 든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무엇인가 막 해주고 싶어진다.
아주 가끔 그녀를 볼때 안스러움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녀도 힘들어 할 때가 있구나` 란 생각을 들게 한다.
참 힘들다는 표현을 하지 않는 그녀다.
언제나 긍정적이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그녀를 바라보고 있으면...
내가 정화되어야 된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반성을 하게 만든다는 소리다.
몸소 실천하는 삶으로 나를 잠깐씩이라도 변화시키게 만드는 그녀다.
그런 그녀에게서 메일이 왔다.
내 축일이라고 메일을 보내왔다..
~~~~~
내가 컴퓨터와 친하게 된 것이..
메일을 통해서였다.
아들의 메일 주소를 친구들에게 가르쳐 주고는
늘 노심초사..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바로..
아들에게 메일박스를 확인해 볼 것을 청했다.
본인이 바쁘지 않으면 바로 확인을 시켜주었지만..
바쁘다면서.. 자꾸 미루는 게 얄미워..
아이들이 학교간 사이..
`야후 메일`계정을 가질 수 있었다.
그리고는 의기양양해 했던 기억이 난다.
그 이후.. 무수히 많은 메일을 보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컴 앞에서 살았다.
잠자는 시간도 아까워했을 정도였다.
처음엔 엄마를 대견해 하던 녀석들도 엄마의 증세가 심해지자..
중독이란 표현을 쓰기도 했었다.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메일 보내기를 자제하고 있다.
꼭 필요한 것 아니면.. 덜 보낸다.
아니 안 보낸다.
오지 않는 답장을 기다리며..
메일박스를 열어보는 그 심정..
아마 느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것이다.
답장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대략 이랬다.
*컴퓨터를 잘 못한다는 이유로..
*자판 두드리는 게 여의치 않아서.. 힘들어서..
*시간이 없어서..
.
.
참 이유도 가지가지였다.
나 역시 독수리타법으로 익혀진 글쓰기고..
시간을 쪼개어서 사용하고 있고..
컴퓨터에 모르는 창이 갑자기 뜨면 당장 불안해지는 컴맹을 조금 벗어난 수준이고..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해바라기성 메일은 그만 쓰게 되었다.
그녀와 나는 달랐다.
그녀에게 메일을 보내고 답을 기다리는 일은 드물다.
언젠가 내 소식이 궁금해지면 그녀도 메일을 보낼꺼란 걸 아니까..
또.. 신기하게도..
내가 그녀의 근황이 궁금해질 즈음이면..
어김없이 내 메일박스에 그녀의 이름이 보인다.
우리는 그렇게 통하기를 하고 있다.
오늘도 그런 날이었다.
속 정 많은 그녀가..
나의 축일을 축하하기 위해..
잊지않고 메일을 보내온 것이다.
어찌 기쁘지 않으리...
지난 주에 모임이 있다는 메일을 여러명에게 보냈다.
한 사람은 바로 전화를 했다.
모임에 참석할 수 없다고.. 오케이.. 접수^^*
한 사람은 오늘 아침 참석하겠다는 짧은 메일을 보내왔다..
그리고 다른 세사람은 모임이 있는 오늘까지 아무런 대답이 었었다.
며칠 전에 만났을 때, 그 모임에 대해 다시한번 상기시켜 주었었다.
알았다..
그 날에 봐요..
등등으로 대답을 했었다.
그러나 정작 오늘 그 모임에 참석할 수 있는 사람은..
나를 제외한 한명이었다.
네 명 중..
한 명은 평일미사가 끝나고 나서 참석 불가능하다고..
한 명은 레지오 주회가 시작할 즈음에 나에게 와서 모임에 참석할 수 없다고 하고..
한 명은 아예 연락도 없이 오지를 않았다.
이럴때..
내가 메일을 보내야 할 이유가 있나~?.
좋은 글을 찾아서..
음악을 퍼오고..
괜찮은 사진도 가져오고..
나름대로 정성을 다 해서 메일을 보내건만..
사람들의 마음이 모두 내 맘 같지가 않음을 느낀다.
허탈했다.
기분이 언짢았고.. 짜증도 났으며.. 피곤하기도 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메일박스를 여니 그녀의 편지가 날 반기고 있었다...
이런 내용과 함께..
"내일이 엘리사벳 축일이지.
선물은
너를 위한 마음 가득담은
묵주알로 만든 노란 장미꽃 50송이
예쁘게 다발 만들어서 내 수호 천사 편으로 배달할게.ㅎㅎ"
짜증도, 언짢음도, 피곤도 다 사라지고 없었다.
친구야~
고마워..
너의 메일이 나를 살렸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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