歸鄕 귀향 내 손길이 네게 닿으면 넌 움직이는 산맥이 된다 내 입술이 네게 닿으면 넌 가득찬 호수가 된다 호수에 노를 저으며 호심으로 물가로 수초 사이로 구름처럼 내가 가라앉아 돌면 넌 눈을 감은 하늘이 된다.. 어디선지 노고지리 가물가물 먼 아지랭이 네 눈물이 내게 닿으면 난 무너지는 우주가 된.. 시 이야기 2008.11.08
별일없지 별일없지 별일 없지 특별한 수식어도 아닌 이 한마디 한 사흘만 뜸해도 궁금하고 서운한, 지극히 평범한 이 한마디 봄비에 샘물 붇듯, 情이 넘쳐나는 곁에 두고도 자꾸 보고픈 내 새끼들 이 세월토록 情 쌓은 내 좋은 사람들 그렇고말고 우린 별일 없어야지, 참말로 별일 없이 살다가 수월하게 고이 가.. 시 이야기 2008.11.05
담장 또는 벽 담장 또는 벽 그에게 있어 담장은 일종의 벽이다 서로 넘나들지 못하는 한계선처럼 나는 비웃음으로 그를 건네보곤 했다 갈수록 세상을 좁히고 있었고 마음도 그러할 거라 생각했다 허물을 감추려고 넝쿨이나 나무로 담장을 치장하는 짓이 심히 안쓰러웠다 어느 날, 담장 너머 나를 건네보는 측은한 .. 시 이야기 2008.11.05
사라지고 지워지는 건 슬픔이다 사라지고 지워지는 건 슬픔이다 황라현 그대와 마음 포개는 것이 지뢰밭처럼 쾅쾅 터질 것 같았던 심장을 가진 때 있었지요 눈 뭉치가 커져 가는 그리움들에 살아 퍼득거림을 느꼈던 때 있었지요 그대가 뱉어 낸 말들로 온통 생각의 방 안을 도배 했었던 때 있었지요 이별 앞에서 그대를 배웅한 시간.. 시 이야기 2008.10.28
원시 원시(遠視) 멀리 있는 것은 아름답다. 무지개나 별이나 벼랑에 피는 꽃이나 멀리 있는 것은 손에 닿을 수 없는 까닭에 아름답다. 사랑하는 사람아, 이별을 서러워하지 마라, 내 나이의 이별이란 헤어지는 일이 아니라 단지 멀어지는 일일 뿐이다. 네가 보낸 마지막 편지를 읽기 위해선 이제 돋보기가 필.. 시 이야기 2008.10.22
이야기를 나누는 행복감 이야기를 나누는 행복감 정겨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것만으로도 마음이 툭 터지고 행복해진다. 이야기를 도란도란 나누다 보면 머리를 감싸고 있던 고통으로 부터 맑고 깨끗하게 벗어날 수 있다. 삶의 압박과 어떤 시련도 잘 견디어낼 수 있도록 마음을 달래주고 부드럽게 빗겨준다. 움츠.. 시 이야기 2008.10.17
빈집^^* 빈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 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 시 이야기 2008.09.22
바람 바 람 바람은 저 나무를 흔들며 가고 난 살고 싶었네 몇 개의 길들이 내 앞에 있었지만 까닭없이 난 몹시 외로웠네 거리엔 영원불멸의 아이들이 자전거를 달리고 하늘엔 한 해의 마른풀들이 떠가네 열매를 상하게 하던 벌레들은 땅 밑에 잠들고 먼 길 떠날 채비하는 제비들은 시끄러웠네 거리엔 수많.. 시 이야기 2008.09.22
살다보면 가슴이 설레는 일이 있다 살다보면 가슴이 설레는 일이 있다 흔하디 흔하고 뻔하디 뻔한 세상살이일지라도 절로 신명이 나는 일이 있다 아주 작은 일에도, 아주 사소한 일에도 가슴이 뭉클해지고 콧날이 시큰해져서 손을 따뜻하게 잡고 힘있게 어깨를 두드려 줄 수 있는 가슴이 뻥 뚫리는 행복한 일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별스.. 시 이야기 2008.09.19
추억 속의 친구 추억 속의 친구 추억 속에 얼굴로만 남아 있던 친구가 낙엽 지던 날 전화를 했다 "늘 보고 싶었다"고 "늘 보고 싶었다"고 추억 속에 얼굴로만 남아 있던 친구가 눈이 오던 날 전화를 했다 "늘 기억하고 있었다"고 "늘 기억하고 있었다"고 -용혜원- 22년만에 명절에 부산을 다녀온 감회가 참 새롭다. 그것을.. 시 이야기 2008.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