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한다는것 서로 사랑한다는것 당신은 아는가 그를 위하여 기도할 각오 없이 사랑한다는 것은 애초에 잘못된 시작이라는 것을.. 당신은 아는가 이 컴컴한 어둠 속에 내가 그냥 있겠다는 것은 내 너를 안고 그 모두를 기억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당신은 아는가 상처받기 위해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 위해 상.. 시 이야기 2011.01.04
새벽기도 / 정호승 새벽기도 이제는 홀로 밥을 먹지 않게 하소서 이제는 홀로 울지 않게 하소서 길이 끝나는 곳에 다시 길을 열어주시고 때로는 조그만 술집 희미한 등불 곁에서 추위에 떨게 하소서 밝음의 어둠과 깨끗함의 더러움과 배부름의 배고픔을 알게 하시고 아름다움의 추함과 희망의 절망과 기쁨의 슬픔을 알.. 시 이야기 2011.01.01
11월 / 이외수 11월 세상은 저물어 길을 지운다 나무들 한 겹씩 마음 비우고 초연히 겨울로 떠나는 모습 독약 같은 사랑도 문을 닫는다 인간사 모두가 고해이거늘 바람은 어디로 가자고 내 등을 떠미는가 상처 깊은 눈물도 은혜로운데 아직도 지울 수 없는 이름들 서쪽 하늘에 걸려 젖은 별빛으로 흔들리는 11월 - 이 .. 시 이야기 2010.11.01
밤기도 밤기도 하루의 분주한 일들 차례로 악수해 보내고 밤 이슥해 먼 속에서 오는 듯만 싶은 주님과 나만의 기도 시간 주님! 단지 이 한 마디에 천지에 아득한 눈물 날마다의 끝 순서에 이 눈물 예비하옵느니 오늘도 내일도 나는 이렇게만 살아지이다. 깊은 밤에 눈물 한 주름을 주께 바치며 살아지이다 - 김.. 시 이야기 2010.10.10
첫사랑 / 류시화 첫사랑 이마에 난 흉터를 묻자 넌 지붕에 올라갔다가 별에 부딪친 상처라고 했다.. 어떤날은 내가 사다리를 타고 그 별로 올라가곤 했다 내가 시인의 사고방식으로 사랑을 한다고 넌 불평을 했다.. 희망 없는 날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난 다만 말하고 싶었다.. 어떤 날은 그리움이 너무 커서 신문처럼 접.. 시 이야기 2010.10.03
그렇게 살고 있을꺼야 다들 그렇게 살고 있을꺼야 다들 그렇게 살고 있을꺼야 다들.. 사연마저 없는 이가 있을까... 저마다 가슴 속에 사연 하나씩은 심고 살겠지 때로는 울 수 없어서 가슴만 젖고 때로는 숨고 싶어 가슴만 태우는 그런 속앓이 하나쯤 가슴 한켠에 품고 살겠지 산다는 게 녹녹치 않아 쉽게 쉽게 살 수도 없고 속상.. 시 이야기 2010.09.25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슬픔에게 안부를 묻다 너였구나 나무 뒤에 숨어 있던 것이 인기척에 부스럭거려서 여우처럼 나를 놀라게 하는 것이 슬픔, 너였구나 나는 이 길을 조용히 지나가려 했었다 날이 저물기 전에 서둘러 이 겨울 숲은 떠나려고 했었다 그런데 그만 너를 깨우고 말았구나 내가 탄 말도 놀라서 사방을 두리번 .. 시 이야기 2010.09.23
사랑이 지나간 자리 / 정유찬 그래, 사랑이었다. 허망한 느낌과 우울한 고독을 순식간에 쓸어버릴, 바람 같은 사랑, 하지만 사랑이 바람처럼 지나고 비가 쏟아지는 날에는 하늘이 와르르 무너진다. 부서진 구름이 도시를 덮치고, 싸늘해진 네가 산기슭을 스쳐가면, 수많은 잎들이 비명을 지르며 허공으로 흩어진다. 그래, 그건 바람.. 시 이야기 2010.09.13
바닷가에서 바닷가에서 사는 길이 높고 가파르거든 바닷가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를 보아라.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이 하나 되어 가득히 차오르는 수평선,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자가 얻는 평안이 거기 있다. 사는 길이 어둡고 막막하거든 바닷가 아득히 지는 일몰을 보아라. 어둠 속에서 어둠 속으로 고이는 빛.. 시 이야기 2010.09.02
내가 널 사랑하는 이유 / 손종일 내가 널 사랑하는 이유 아프면, 아픈 채로 사랑해야 한다. 마지막 피날레를 장식하는 헹가래의 가득한 기쁨처럼 네게 나는 늘 깨어 있는 새벽이 되고 싶었다. 어깨 너머로 배워버린 사랑. 어차피 앓아야 할 열병이라면 누구나가 한 번쯤 앓아야 하는 열병이라면 나도 이제 사랑병을 앓고 싶다. 내가 널 .. 시 이야기 2010.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