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바람이 아니야 / 류 시 화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가 널 사랑하는 것 그건 바람이 아니야 불붙은 옥수수밭처럼 내 마음을 흔들며 지나가는 것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가 입 속에 혀처럼 가두고 끝내 하지 않는 말 그건 바람이 아니야 내 몸속에 들어 있는 혼 가볍긴 해도 그건 바람이 아니야 - 류 시 화 - '당신을 이해할 수 없어' 이.. 시 이야기 2010.07.07
작은 이름 하나라도 / 이기철 작은 이름 하나라도 / 이기철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라도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된다 아플만큼 아파 본 사람만이 망각과 페허도 가꿀 줄 안다 내 한 때 너무 멀어서 못 만난 허무 너무 낯설어 가까이 못 간 이념도 이제는 푸성귀 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불빛에 씻어 손바닥 위에 얹는다 세상은 적이 .. 시 이야기 2010.06.16
그대생각 / 고정희 그대생각 너인가 하면 지나는 바람이어라 너인가 하면 열사흘 달빛이어라 너인가 하면 흐르는 강물소리여라 너인가 하면 흩어지는 구름이어라 너인가 하면 적막강산 안개비여라 너인가 하면 끝모를 울음이어라 너인가 하면 내가 내 살 찢는 아픔이어라 -고정희- 길을 걷다가.. 학교 담장에 펴 있는 장.. 시 이야기 2010.06.08
사람이 그립다 사람이 그립다 이유없이 사람이 그리운 날이 있다.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서 있는 날 시선을 한 곳에 두지 못하고 마음도 한 곳에 두지 못하고 몸만 살아 움직인 날은 진짜 사람이 그립다. 가슴 속 뒤주에 꼭꼭 숨겨두었던 속내 깊은 이야기 밤새 풀어 놓고 마음이 후련해 질 수 있는 그런 .. 시 이야기 2010.06.06
아무 것도 아니었지 / 신현림 아무 것도 아니었지 / 신현림 너는 아무 것도 아니었지 순식간에 불타는 장작이 되고 네 몸은 흰 연기로 흩어지리라. 나도 아무 것도 아니었지 일회용 건전지 버려지듯 쉽게 버려지고 마음만 지상에 남아 돌멩이로 구르리라. 나는 아무 것도 아니라도 괜찮지 옷에서 떨어진 단추라도 괜찮고 아파트 풀.. 시 이야기 2010.05.17
진실로 그를 사랑한다면 / 이정하 진실로 그를 사랑한다면 그에게 더 이상 줄 것이 없노라고 말하지 말라. 사랑은, 주면 줄수록 더욱 넉넉히 고이는 샘물 같은 것. 진실로 그를 사랑한다면, 그에게 더 이상 줄 것이 없노라고 말하지 말고 마지막 남은 눈물마저 흘릴 일이다. 기어이 가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붙잡지 말라. 사랑은, 보내 놓.. 시 이야기 2010.05.10
바람이 그치면 나도 그칠까 / 도종환 바람이 그치면 나도 그칠까 바람이 그치면 나도 그칠까 빗발이 멈추면 나도 멈출까 몰라 .. 이 세상이 멀어서 아직은 몰라 아픔이 다하면 나도 다할까 눈물이 마르면 나도 마를까 석삼년을 생각해도 아직은 몰라 닫은 마음 풀리면 나도 풀릴까 젖은 구름 풀리면 나도 풀릴까 몰라.. 남은 날이 많아서 아.. 시 이야기 2010.04.17
누구든 떠나갈 때는 /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 시 이야기 2010.04.10
봄 편지 / 김춘경 봄 편지 그대, 잘 지내시는지요 보고 싶다고 말하지도 못한 채 긴 겨울이 바람처럼 떠나갔네요 어느새 또 봄입니다 그리운 뒷동산엔 얼어붙은 심장이 아직도 찬바람으로 불어대지만 계절은 벌써 꽃피는 봄이라 합니다 올 봄에는 꽃이 피면 향기로운 꽃나무에 날아들 나비처럼 사뿐히 날아가 소식 전.. 시 이야기 2010.04.01